사소한 일
아다니아 쉬블리 (지은이),전승희 (옮긴이)강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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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칠십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기 땅에서 폭력적으로 몰아낸 대재앙, 팔레스타인인들은 ‘나크바’라는 이름으로 애도하지만 이스라엘인들은 독립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경축하는 바로 그 전쟁 일 년 후인 1949년 여름에 시작한다.
그해 여름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소녀 하나를 생포해 강간한 뒤 살해해 사막에 매장한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망각 속에 묻힌 ‘사소한 일’에 대해 알게 된 한 라말라 거주 팔레스타인 여성이 그 사건에 사로잡힌다. 사건은 정확히 그녀가 태어난 날로부터 이십오 년 전 같은 날 일어났다. 이 ‘사소한 우연’으로부터 망각되고 삭제된 시간을 찾아가는 특별한 실존적 도정이 시작된다.
전쟁과 폭력과 기억에 대한 성찰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 『사소한 일』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고 있는 무참한 박탈의 삶, 그리고 그에 따른 지속적인 배제와 무력화 앞에서 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진실을 들어 올리는 경이로운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목차
1부
2부
역자 후기
책속에서
P. 9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신기루만 빼고는.
P. 92 그 기사는 그 소녀의 이야기를 안 다루었기 때문에 총체적인 진실에 도달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 다락방
P. 96 그건 장애물에 대한 공포에서 생긴 공포라는 장애물이다. - 다락방
P. 152 소녀가 경험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작은 단서라도 가진 것은 군사박물관이나 정착지와 정착지의 기록보관소가 아니라 그 노파였다. 그녀가 주는 단서를 통해 마침내 총체적인 진실에 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런 내 깨달음과 후회도 커간다. - 독주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신기루만 빼고는 광활하게 펼쳐진 황량한 언덕들이 신기루의 무게에 눌린 채 소리없이 몸을 떨며 하늘을 향해 겹겹이 솟아올랐고, 이글거리는 오후의 햇살이 창백한 황색 능선의 윤곽을 흐릿하게 지우고 있었다. 유일하게 분간해낼 수 있는 것은 그 능선들을 가로지르며 구불구불 제멋대로 이어지는 희미한 경계선, 그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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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사소한 일』은 읽는 내내 놀랍고 흥미진진하다. 도덕적 지성, 정치적 열정, 소설적 기예가 조화롭게 결합된 보기 드문 수작이다.
- 판카지 미슈라
수난의 땅 팔레스타인의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는 1949년 8월 네게브 사막 니림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자행된 ‘3일 참사’의 시간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냉철하게 그리고 있다. 망각을 일깨우는 작가의 예지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 정수일 (학자, 전 대학교수)
2005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아다니아는 이렇게 말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나는 내 꿈이 현실보다 추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소설가로서 그녀는 팔레스타인 문학에 대한 기왕의 편견을 거부한다. 무자비한 폭력과 일상적인 수모를 날것 그대로 폭로하는 일과는 다른 방식의 저항을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것은 ‘알리바바 이야기’에 나오는 신기료장수와 다르지 않게, 인간을 파괴하는 야만에 대해서 지극히 사소한 단서들일망정 하나하나 찾아내고, 한 땀 한 땀 끈기 있게 기워나가는 일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독자들은 작가가 그 사소한 단서들을 가지고 기어이 어떤 거대한 그림을 그려냈는지, 경탄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일』은 여전한 점령하에서도 아다니아의 꿈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반증이다.
- 김남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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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3년 8월 18일자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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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아다니아 쉬블리 (Adania Shibli)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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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팔레스타인 갈릴리에서 출생했다. 영국 이스트런던대학교에서 미디어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 주제는 ‘대 테러전에서 시각 매체의 역할’. 이후 영국과 팔레스타인, 독일 등지 대학에서 비평 이론과 문화론을 강의했다. 2002년 첫 장편소설(영문 번역본 『접촉(Touch)』)을 베이루트에서 출간했고, 2004년 두번째 장편(영문 번역본 『우리 모두 공평하게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We Are All Equally Far From Love)』)을 출간했다. 아울러 희곡 『실수』가 런던의 트리스탄 베이츠 극장에서 상연되었... 더보기
최근작 : <사소한 일>,<팔레스타인의 눈물>,<위대한 선교사> … 총 19종 (모두보기)
전승희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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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비교 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보스턴 칼리지의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쟁 트라우마와 기억, 탈식민주의, 탈자본주의, 탈인간 중심주의적 문학, 문학과 소수자, 번역과 비교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으며 계간지 『아시아』와 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온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의 편집 위원으로 일했다. 『오만과 편견』(공역),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설득』, 『환락의 집』,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수영장 도서관』, 『사소한 일』 등을 우리... 더보기
최근작 : <K 문학의 탄생> … 총 184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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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약속 장소>,<부서진 세월의 흔적>,<그 섬의 별들에게>등 총 190종
대표분야 : 영화/드라마 13위 (브랜드 지수 14,725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그날 그 일이 일어났다
아다니아 쉬블리의 장편소설 『사소한 일』은 칠십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기 땅에서 폭력적으로 몰아낸 대재앙, 팔레스타인인들은 ‘나크바’라는 이름으로 애도하지만 이스라엘인들은 독립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경축하는 바로 그 전쟁 일 년 후인 1949년 여름에 시작한다. 그해 여름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소녀 하나를 생포해 강간한 뒤 살해해 사막에 매장한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망각 속에 묻힌 ‘사소한 일’에 대해 알게 된 한 라말라 거주 팔레스타인 여성이 그 사건에 사로잡힌다. 사건은 정확히 그녀가 태어난 날로부터 이십오 년 전 같은 날 일어났다. 이 ‘사소한 우연’으로부터 망각되고 삭제된 시간을 찾아가는 특별한 실존적 도정이 시작된다. 전쟁과 폭력과 기억에 대한 성찰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 『사소한 일』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고 있는 무참한 박탈의 삶, 그리고 그에 따른 지속적인 배제와 무력화 앞에서 인간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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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무심코 펼쳤다가
또렷한 정신으로 읽고 싶어 잠을 깨웠고
책을 덮은 지금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런저런 설명은 무의미하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daisy 2024-06-07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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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문학이란 이런 것.
헤마 2025-01-21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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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문학이 할 수 있는 최대치
그들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은,
정찰을 위해 이곳에 머무른다지만 민간인에게도 가차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각별히 조심하자고 서로에게 일렀다. 그들의 눈에 띄면 안돼, 우리는 숨어서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었다.
그 날도 잘 숨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개가, 우리와 함께 있던 개가 짖었다. 조용히 하라고 우리 모두 일렀지만 그러나 개가 짖었다. 아마도 개는 다른 이의 기척을 들은 것 같았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나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발견했다. 그들은 군복을 입고 있었고 우리에게 총을 겨누었다. 우리는 아니라고, 살려달라고, 우리는 군인이 아니라고, 그저 이곳에서 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알아들었다고 달랐을까. 그들은 총을 쐈다. 내 아버지를 향해, 내 오빠를 향해, 내 삼촌을 향해. 그리고는 나를 그들의 차로 끌고 갔다.
나는 왜 살려두는걸까. 아직 채 어른이 되지 않아서? 아니면 여자라서? 나는 내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맞딱드리고 이제 내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어차피 죽음은 곧 내게도 올 것 같았다. 어쩌면 죽는게 더 나은걸까. 나는 무력하게 그들의 차에 들어갔고 그들의 요새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한 후 장교로 보이는 사람은 다른 병사들 앞에서 나의 옷을 찢었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그리고 남자 병사들이 가득한 곳에서 나는 옷이 찢겨진 채로 덜덜 떨어야했다. 이곳은 사막 위이고 모래들은 뜨겁게 타오르는데, 나는 떨었다. 이내 다른 병사 한 명이 호수를 연결했고 그 호수를 통해 나오는 물을, 장교는 내게 향했다. 물줄기가 내게 쏟아졌다. 나는 발가벗겨진 채로 병사들 앞에서 고스란히 내게 쏟아지는 물을 맞았다. 그들중 몇몇은 키득대며 웃었다. 이내 장교는 병사 한 명에게 뭐라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그 병사는 달려갔다 와서는 장교에게 뭔가 건넸다. 장교는 그걸 내게 던졌다. 비누였다. 장교는 자신의 몸짓으로 내게 말했다. 비누로 씻으라고, 내 가슴에, 내 다리에, 비누 거품을 내라고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남성들의 눈길 속에서 나는 수치를 무릅쓰고 그가 시키는대로 비누칠을 했다. 장교와 그의 병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는 거품을 냈다. 장교는 다시 손으로 막고 있던 호수의 물을 내게 쏟았다. 내 몸의 비누는 헹궈지고 있었다. 그가 옷을 찢은 이유가 강간이 아니라 몸을 씻는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을까. 씻기를 마치자 병사들이 옷을 가져왔고 나는 누구의 옷인지 모를 셔츠와 바지를 입고 그들이 이끄는대로 어딘가에 갇혔다. 병사 한 명이 보초를 섰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일어날 법하다고 모두가 추측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아까 내 아버지와, 오빠와, 삼촌과 같이 죽었어야 했는데. 보초를 선 병사는 무엇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거였을까. 그것이 나의 안전이 아닌 것에는 틀림없다. 그가 지키는 건 나의 탈출일것이다. 병사들 몇이 차례대로 들어와 나를 강간했다. 비명을 지르고 악을 써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장교가 돌아왔고 나는 장교에게 뛰어가 당신의 부하들이 나를 강간했다고 울면서 얘기했다. 그는 내 옷을 찢었지만 강간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강간 만큼은, 살인을 저지를지언정, 강간만큼은 하지 않으려는 사람일런지도 모른다. 장교는 나를 끌고가 병사들 앞에 세웠다. 그리고 몇 마디 말을 했고 이내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그리고 그가 끌고간 곳은 아까 내가 갇혔던 곳이 아니었다. 병사들이 그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 이동식 침대가 설치된 곳은 장교의 숙소였다. 내 침대가 장교의 침대 조금 옆에 마련되었다. 나는 옆으로 누워 숨을 죽였다. 여전히 나는 두려웠다. 그가 병사들의 강간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려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 가족을 잃었던 일과, 병사들 앞에서 몸을 씻었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이제 눈물도 마른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살 수 있을까. 이대로 사는 건 의미가 있을까. 그들은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 여기서 일을 시키려는 걸까. 장교가 나를 여기 재운걸 봐서는 더이상의 강간은 없는 거 아닐까. 그는 나를 여기에 두고 갈까. 그들은 나를 죽이려는걸까. 그들은 내게 일을 시키려는 걸까.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나를 마을로 데려다주지 않을까. 아직까지 살려뒀다는 건, 앞으로도 살려두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런데 내가 사는 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어떻게 될까. 내 삶은 그리고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옆에 누운 장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어딘가 아픈걸까. 어딘가 불편한걸까. 지금은 몇시인걸까.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잠을 이루지 못하던 장교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가 내 침대로 왔다. 내 옆에 누웠다. 내가 크게 착각했다. 그는 나를 병사들의 강간으로부터 지키려던게 아니었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내 앞에서 총을 쏜 사람인데, 나에게 수치를 안겨준 사람인데. 그제야 나는 내가 살고싶어서 어떻게든 선해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우리 말을 모르잖아, 아마도 내 가족들이 남자니까 두려웠나봐, 그는 나에게 수치를 주기 위해 비누를 던진게 아니야, 그는 아마 더러운 걸 못참는 사람인가봐, 그는 강간은 나쁜거라고 생각하나봐, 이 모든 선해가 나의 억지였다. 다른 남자들의 강간으로부터 나를 떼놓은 장교는 자신을 위해서는 나를 떼놓지 않았다. 그는 내가 비명을 지르자 자신의 손으로 내 입을 막았고, 그 밤, 나를 몇차례나 강간했다. 내가 어느 오두막에 갇혀도 강간을 당하는구나. 희망은 없구나. 나에게 미래는 있을까.
날이 밝았다. 내 몸도 마음도 지쳤다. 나는 다시 끌려나와 처음 갇혔던 오두막에 갇혔다. 장교는 차를 타고 나갔고, 그러자 또 병사들의 강간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도 불쑥 이렇게 죽는걸까, 생각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장교가 돌아왔다. 나는 다시 장교에게 울며 소리쳤다. 나를 이제 그만 놔달라고, 당신의 병사들은 나를 강간한다고, 제발 나를 놔달라고 울며 소리쳤다. 장교는 병사들에게 무언가 지시했고 그러자 한 병사가 큰 삽을 들고 나왔다. 뭐지? 왜지? 장교와 병사들은 삽을 들고 나를 계속 끌고갔다. 어딘가에 멈췄을 때, 장교는 병사에게 또 무언가 지시했고, 그러자 병사는 가져온 삽으로 모래를 파내기 시작했다. 서서히, 사람 한 명 들어갈 구덩이가 파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아! 날 저기에 넣으려는 거구나, 날 저기에 묻으려는 거구나. 안돼. 나는 살고싶다. 나는 살고싶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나를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총소리가 들렸다. 내가 저기 저 구덩이에 묻히기 전에, 암흑이 찾아왔다. 나는 더이상 이곳에 없었다,
로 진행되는 리뷰를 쓰려고 했었다.
이 책의 1부를 읽으면서 그랬다.
유독 깔끔한 장교가 자신이 하는 일에 명분을 갖고자 최선을 다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자신의 몸 씻기를 멈추지 않는, 그래서 포로로 잡아온 소녀를 벗겨 비누칠을 시키는 걸 보면서, 그런데 그녀의 말은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고 나 역시 듣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민간인을 죽이고, 자신의 곪아가는 상처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몸을 씻는 장교를 보지만, 그러나 무방비하게 끌려온 소녀에 대해서는 내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녀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그러니 그 소녀의 이야기를 내가 리뷰로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병사들에게도 그리고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고 독자로서 희망을 가졌던 장교에게도 강간을 당하고 이내 죽음까지 당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삶이, 그렇게 스러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진 이야기를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로 그리고 더이상의 이야기는 할 수 없는채로 이렇게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써보겠다고 생각했다. 내 리뷰는 소녀의 이야기여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갈등이 없는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라는 것 하나 빼고는 그녀와 공통점을 가지지 않았다. 그녀는 전장에 있었고, 군인들을 피해 다니는 사람이었고, 눈 앞에서 함께 있던 성인 남성들이 총에 맞아 죽는 걸 봤으니까. 나는 그런결 경험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내가 써도 될까. 그녀는 갇혔고 수치를 느껴야했고 강간을 당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감히 내가 써도 될까, 라고 갈등했다. 그런데, 이대로 소녀를 그대로 묻어두는 건 세상이 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진 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가 그녀의 이야기를 해주길 바랐다. 이야기없이 사라지는 여자는 더이상 두고볼 수가 없다, 고. 그런데,
2부를 읽으면서 아, 내가 오만했구나 생각했다.
작가가 하고 있었다. 작가가 소녀의 삶을, 소녀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2부의 다른 화자가 사반세기 전에 일어났던 강간 살인 사건을 알게되었고 하필 그녀가 살해당한 날이 내가 태어난 날짜와 같네, 하면서 그 사건을 면밀히 살피기로 한거다. 그 장소에 가보자, 그 일을 아는 사람들에게 들어보자, 그녀는 자신이 가서는 안되는 위험한 지역으로 차를 끌고 간다. 몇 번의 검문을 거치면서 두려워하고, 그러면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일을 파보려고 한다. 살해당한 소녀의 사망일이 내가 태어난 날짜와 같다는 사소한 이유로 그녀는 목숨을 담보로 이동하고 또 이동하는거다.
그러나 그녀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25년전의 상황과 지금이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25년전 소녀가 살았던 세상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것.
25년전 소녀가 움직임마다 두려워했듯이, 지금 움직이는 그녀도 움직임마다 두려워해야 했다.
25년전 소녀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았듯이, 지금 그녀도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 책은 문학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준다.
25년이라는 간극을 한 자리에서 보게 해주고, 숨겨진 이야기를 짐작하게 해준다.
현재의 상황을 보여주고 이미 사라진 사람을 끝없이 기린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에 쓰고자 했던 소녀의 이야기를,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게끔, 이 책이 저 혼자 다 하고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왜 문학을 읽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문학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었다.
그 기사는 그 소녀의 이야기를 안 다루었기 때문에 총체적인 진실에 도달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 P92
그건 장애물에 대한 공포에서 생긴 공포라는 장애물이다. - P96
- 접기
다락방 2025-01-08 공감(29)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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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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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니아 쉬블리는 1974년에 팔레스타인 갈릴리에서 태어난 범띠 여성이다. 이스트런던 대학에서 미디어 문화 연구로 박사를 받고 베를린 EUME 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노팅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팔레스타인 비르제이트Virzeit 철학과에서 파트 타임 교수로 있다. 이이가 널리 알려진 것은 2017년에 팔레스타인에서 발표한 <사소한 일>이 2021년에 영어, 독일어 등 기타 언어로 번역 출판한 이후이며, 독일어 번역본이 2023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문학상을 받기로 확정되었다가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해 원래 이스라엘/유대인한테 벌벌 기는 시늉을 하는 독일 관계자로부터 수상이 취소된 일이 국제적인 문젯거리로 확산되기도 했다. 나도 이 사건을 기억해 혹시나 해서 검색했고, 책이 나와 있다는 걸 알아 얼른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내가 작가에게 굳이 범띠 “여성”이라고 한 것은 2부작인 짧은 소설의 1부 주인공이 남성이고 그것도 군인인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글을 썼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의 심리를 아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게다가 군인이라니.
1부는 1949년 8월 9일의 일이다. 쉬블리는 이런 문장으로 작품을 시작한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신기루만 빼고는.”
시작부터 내 신경을 확 끌어당긴다. 기막힌 서두였다.
그러나 독자는 팔레스타인 작가가 쓴 1949년이라면 그들의 내력을 좀 알아 두는 것이 좋다. 1년 전인 1948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조금씩 모여 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침략해 점령해버린 해이며, 이후 ‘알나크바’ 즉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사건, 약7십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자신들의 땅에서 추방해버린 악몽 같은 해였다. 5월에 영국의 위임통치기간이 끝나고 이스라엘 공화국임을 선포하자마자 1차 중동전쟁이 벌어진다. 전쟁 피로감 때문에 유럽과 미국의 지원 없이 재래식 무기로 아랍 여러나라를 상대로 용감하게 싸운 이스라엘이 승리한 것까지는 뭐라하기 힘든데, 이후 그들은 자신이 점령한 지역을 말끔하게 소탕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1949년 8월 9일에 건조한 네게브 사막에 도착한 이스라엘 육군 소대는 두 가지 임무를 받고 먼 남쪽까지 내려왔다. 이집트와의 남쪽 국경, 휴전선을 지켜서 아무도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일. 그리고 네게브 사막 남서쪽을 샅샅이 뒤져서 잔존 아랍인들을 모조리 제거하는 일이다. 전쟁 전, 그러니까 작년 5월 이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인들은 아랍인은 물론이고 유목민인 베두인과도 대단히 바람직한 관계를 맺었다. 사막의 이스라엘인 개척지에 베두인들이 찾아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민트 차를 나누어 마실 정도였다니. 그러나 전쟁 중은 물론이고 전쟁이 끝난 후에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어, 이제는 엄연한 이스라엘인 자신들의 나라 땅 안에 있는 아랍인종들은 당연히 제5열이거나 정보원의 끄나풀 정도로 여기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모든 아랍인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대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장교 한 명, 부사관 몇 명과 사병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파견군은 이집트와의 휴전 선언이 이루어진 이래 이렇게 먼 남쪽까지 도달한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소대로서 지역 안전 유지를 위한 모든 책임(이라는 명목하의 과하게 넘치는 권한)이 주어진 거였다. 즉, 소대는 국가라는 권력을 대신해 이 지역에서 집행하기 위해 도착한 것이며, 언제나 권력은 주어진 순간부터 악으로 전환되기 십상인 법이다.
아다니아 쉬블리는 사막의 소대, 이 가운데 특히 최고 지도자이자 단 한 명의 장교인 ‘그’를 관찰자 시점으로, 가장 건조한 방식으로 바라본다. 이들이 도착했을 때 남아 있던 것은 두 채의 오두막과 부분적으로 파손된 세번째 집 벽의 잔해 뿐이었다. 장교는 오두막 하나를 숙소로 쓰고 지휘소 천막 하나와 부대원의 취사용 천막을 세우게 했으며, 옆에 병사용 막사 세 동의 천막을 설치하라고 지시한다. 오두막에 들어간 장교는 물을 받아 수건을 적셔 옷을 벗고 몸을 닦는다. 얼굴, 가슴과 복부, 손이 닿는 곳까지 등을 문지르고 이어 다리까지 꼼꼼하게 씻는다. 이후 사병들을 불러 군기를 확실하게 확립할 것과 특히 개인위생에 신경 쓸 것을 주문한다. 면도도 반드시 하루에 한 번 할 것까지. 이후 차를 타고 첫번째 순찰을 나가지만 극심한 더위 속 모래 언덕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이날 밤, 더위에도 불구하고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낸 다음이라 깊은 잠에 빠진 장교는 잠결에 자신의 허벅지에 뭔지 모를 물것 하나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촉감으로 느끼면서 잠을 깬다. 어떻게 할까를 잠시 궁리하던 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키면서 물것을 손으로 쳐 떼 버리고 랜턴을 켜서 확인을 하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이 잠깐 사이에 그것이 허벅지를 물었는지 허벅지에 아주 작은 빨간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극심한 고통을 받기 시작한다.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것 같은 고통.
이후 장교는 극심한 위통과 등에 경련이 나는 등 심하게 애를 먹지만 자신이 지휘하는 사병들 앞에서는 조금도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위생병의 도움 없이 자신이 따로 가지고 있는 소독약과 연고, 거즈와 붕대를 이용하여 치료하고자 한다. 이런 상처를 숨기고도 그는 자신의 임무에 조금의 소홀도 없이 매일 차를 타고 순찰을 돌며, 밤이 내려도 혼자 총을 메고 진지 주변을 두루 돌아다니며 경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11일에는 물린 곳의 가운데엔 고름이 차고 둘레에는 붉은 원, 푸른 원, 그리고 검은 원이 두르고 있는 상태에 이른다. 그럼에도 밤엔 홀로 소총을 메고 사막으로 나갔다. 새벽에 되자 돌연한 발작을 시작했고 결렬한 오한과 가쁜 호흡, 기침과 트림에 이은 구토까지 경험해 12일 새벽에 진지로 돌아온다. 이제 시야에는 검은 점과 회색점이 날아다니는 비문현상도 일어난다.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12일 오전에 장교는 다시 차량 순찰을 나가서 계속 직진할 것을 주문한다. 모래 언덕을 몇 개 넘으니 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에 다다른다. 빈약한 풀줄기 사이에 얕은 샘이 있고, 그것을 끼고 한 무리의 아랍인과 여섯 마리의 낙타, 그리고 개 한 마리가 있다. 그와 운전병은 그들에게 기총소사를 가해서 아랍인 남자 전부와 낙타 여섯 마리 모두를 쏴 죽여버린다. 이제 남은 것은 흐느끼는 소녀 한 명과 개. 이들을 차 뒤편에 싣고 부대로 돌아오는 장교. 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아랍인들이 습격할 수도 있어서 특별 경계 명령을 내린 장교는 진지 주변에 추가로 병력을 투입하고 소녀는 주방에서 일을 시키도록 하겠다고 하며 일단 옆 오두막에 가둔다. 숙소에 돌아온 장교는 또 옷을 벗고 깨끗하게 몸을 씻고 잠깐 쪽잠을 잔다. 이 사이에 병사 몇 명이 벌써 소녀한테 손을 댄다. 소녀가 울면서 소리치는 걸 보고 단번에 상황을 짐작한 장교는 병사들을 불러 양단간의 결정을 내리라 한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소녀를 진지 식당에서 일하게 하든지, 아니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소녀를 가지고 놀든지.”
우물쭈물하던 병사들은 모두 소녀를 겁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지만 장교는 소총을 짚으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이후 모든 병사가 보는 앞에서 소녀의 옷을 모두 벗기고 수조에 호스를 연결해 샤워를 시킨 후 휘발유로 머리를 마사지시켜 머릿니를 제거한다. 밤이 오자 장교는 자신의 오두막에 야전 침대를 하나 더 설치하게 하고 소녀를 들여 잠을 자다가 휘발유 냄새가 지독하지만 겁탈을 하고 만다. 거부하는 소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하게 친 후에.
다음 날, 1949년 8월 13일. 소녀를 다시 원래 오두막으로 보낸다.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오두막으로 달려가 순서에 의해 겁탈을 하고, 장교의 허벅지 물린 곳은 하얀색과 분홍색과 누런 색의 고름이 한데 섞인 썩은 살의 작은 구덩이로 변해 그곳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난다. 정작 장교 자신의 악취는 베두인 소녀의 머리에서 나는 휘발유보다 훨씬 더 지독했던 거였다. 이날 오후, 장교는 병사 몇 명을 데리고 소녀와 함께 다시 사막으로 간다. 휘발유가 아까워 진지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도착해 가로 0.5미터, 세로 2미터의 구덩이를 파라고 지시하니 이 말은 들은 소녀는 울면서 장교에게 살려달라고 애걸한다. 그러나 장교는 소녀의 머리통에 권총을 발사하고, 아직 채 숨이 넘어가지 않은 소녀에게 부사관이 여섯 발을 더 발사한 다음에 구덩이 속에 묻으면서 1부가 끝난다.
2부는 이 살인이 있던 25년 후의 8월 13일에 태어난 여성 ‘나’가 등장한다. 인텔리에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직장을 가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이다. 어느날 베두인 소녀 학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사건의 실체를 알기 위해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다른 팔레스타인 사람의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직장 동료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렌터카를 운전해 먼 길을 떠난다.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옛 팔레스타인 땅에 살기 위해서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경계선을 별 생각없이 곧장 달려가서 한 달음에 뛰어 넘거나 그냥 슬그머니 넘어버리는 성격을 가진 조바심 없는 성격의 ‘나’.
아직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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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1-29 공감(29)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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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사소한 일
1947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할안이 UN 총회를 통과하면서 팔레스타인 땅의 일부를 받은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을 선포했다. 나치의 학살을 겪은 유대인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나라가 없으므로, 유대인 국가 건립이 씨앗이 되어 그들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 이라는 나라를 건국한 것이다.
박해를 받는 고통 속에 유대민족주의 정체성을 위한 이스라엘 건국이 결과적으로는 팔레스타인과의 충돌,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적인 대립을 만들게 된다. 그 이후, 이집트와 시리아 등의 나라들이 만든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의 수도를 공격했지만 거듭 된 패배로 난민만 발생하는 비극을 낳고 만다. 팔레스타인 해방 문제를 알리는 방법으로 테러를 선택하는 무장단체 ‘PLO’를 시작으로 지금의 ‘하마스’까지, 이런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조직들의 행보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이 전쟁은 언제쯤에야 끝이 나는 것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갑갑한 마음에 최소한의 의미를 담아 책을 펼쳤다.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의 <사소한 일>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 간의 갈등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인 ‘나크바(대재앙의 날)’ 전쟁이 벌어진 이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1949년 8월 9일부터 8월 13일 닷새간 벌어진 일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 소대장과 군대가 벌인 참혹함을 보여준다. 2부는 그로부터 25년 후, 어느 팔레스타인 여성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은 과거의 참혹함을 마주하도록 한다.
이집트와 경계선이 있는 남부지역에서 군인들은 진지를 설치하고 훈련과 군사작전을 전개한다. 그리고 순찰을 하면서 아랍인들을 색출하는 것 또한 그들이 하는 일이다. 1949년 8월 이글거리는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날, 아랍인들과 잠입 자들의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공군 소식통에 소대장과 병사들은 순찰하러 나간다. 모래는 먼지 구름을 내며 이동하는 차를 따르고, 병사들은 소 대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언덕과 언덕을 이동하며 순찰을 하던 중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멈췄던 차에 시동을 걸려고 하는 그때,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아랍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랍의 유목민 ‘베두인족’을 향한 총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색출의 완벽한 성공을 알리고, 그 무리 중 한 ‘소녀’를 자신들의 막사로 데려간다.
소녀가 ‘생존의 비극’을 얻게 된 순간이다.
25년후,
팔레스타인의 한 여성은 1부에서 다룬 소녀에 대한 기사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일과 우연히 일치하게 된 그 사건에 궁금증을 품게 된다. 결국, 그날의 범죄를 단죄할 단서를 찾기 위해 그녀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경계선을 넘는다. 무모하리만큼 위험한 여정이 예상되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쿵쾅대는 가슴으로 나 또한 그녀의 동선을 뒤쫓아갔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개가 그녀의 차를 향해 달려들면서 짖어댄다. 앞날의 불행을 예견하는 듯한 징조들 때문에 침착함을 유지 하기가 힘들다. 무섭고 불안하다.
뉴스를 통해 매일같이 알려지는 비극에 ‘저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견뎌내고 살아갈까’하는 마음과 함께, 어느 순간 원래 전쟁통 속에 있는 나라, 복잡하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멈춰있는 고통을 겪는 나라로 인식될 만큼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날의 지속은 점점 ‘무딘 감정’을 만드는 게 현실이다. 당장에 눈앞에 펼쳐진 내 나라 문제에 가려져 우리의 시선은 금세 일상으로 돌려지고, 저자는 이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낸다. 온종일 굉음과 건물을 부수는 포격, 수류탄 소리 가득한 곳에서 많은 사람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끔찍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에서 알려주는 조각 조각의 기억들을 우리가 가슴에 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조각들이 결국 사소한 일처럼 묻히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끄집어내고, 더 선명하게 빛을 내어 많은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만드니까.
이 책 속에서 다뤄진 끔찍한 사건들만 조심히 도려내어 옮겨 놓고 들여다보면, 각자의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어느 날의 일상들을 읊어 내려가는 듯하다. 현실의 상황과 대조적으로 보이는 그 감정들을 얇은 두께의 이 책에 담아내는 저자의 방식이 그날의 사건들을 대하는, 이제는 무딘 감정으로 들여다보는 사람들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자들의 이야기와 내 삶의 터전이 부서지고 내 가족들이 희생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늘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것 뿐이기에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한 나의 감정들이, 시작은 ‘진심’을 담아 들여다봤어도 결국에는 ‘관심’으로만 끝나버린 듯한 원치 않는 착잡함을 만들어 언제나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어째서 멈추지 않는 것인가?
강대국들이 개입되고 국제 사회 문제로까지 번진지 오래된 이 갈등은 ‘종교’가 정치적 영역까지 침범하여 종교적 극단주의자들 탓에 ‘타협’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만 머물러 있다.
오히려 이 극단주의자들 때문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강경파들만 득세하게 하였다. 공존하지 못하고, 평화를 찾지 못하고, 시민은 죽어나가고 있다. 이것이 현재 대부분 사람의 시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억압은 민족, 종교, 성별의 대립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윤리적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사소한 일>은 저자의 그런 시각을 담고 있다.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 해가 밝았다.
잠에서 깨면 일어날 것이고 일을 할 것이고 가족과 함께할 것이고 TV를 볼 것이고 책을 읽을 것이고 반짝거리는 하늘의 별을 바라볼 것이고 잠이 들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아픔이, 피부에 느껴지는 폭격에 가까워짐이, 이 시간 어딘가에서 그들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기어코, 일상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도 한 줄기 빛을 바라는 절망감 섞인 희망을 품어 보면서 무연한 마음으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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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2025-05-12 공감(2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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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사소하지 않은...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책관련 SNS에서 자주 노출이 되어 알게 된 책이란다.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가 쓴 <사소한 일>이란 책이야. 책 제목은 사소한 일이라고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내용으로 책 제목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정한 것 같구나. 팔레스타인 문제는 강대국들의 의해 희생된 약소국의 아픔이라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단다. 우리나라도 강대국들의 다툼으로 인해 나라가 둘로 갈려졌으니 그들의 아픔에 더욱 공감이 가는구나.
그들은 여전히 잃어버린 땅을 되찾고자 하지만 가지고 있는 땅마저 계속 넘보며 싸움을 걸어오는 못되고 돈 많은 이웃이 있어 늘 전쟁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 멀쩡한 자신의 땅에 2000년 전에 산 적이 있다면서 빼앗으려고 오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을까. 당연히 자신의 땅을 지키려고 맞서 싸웠지.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막강한 후원자와 돈이 있었단다. 결국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고 말았어. 아빠가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하니, 이 정도만 이야기하고 혹시 너희들이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서 찾아보렴.
소설 <사소한 일>은 팔레스타인의 문제의 시작점과 오늘날 희생된 두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알리려는 것 같았어. 책은 두껍지 않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묵직했단다.
1.
1부는 1949년 8월 9일 네게브 사막에서 시작한단다. 1949년이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게 땅을 빼앗긴 전쟁을 벌인지 일 년이 지난 즈음이란다. 네게브 사막에서 작전 수행하는 이스라엘 군대를 통솔하는 소대장의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된단다. 사막에는 아무것도 없는 끝간 데 없는 사막을 정찰하고 있었어. 사막 어딘가에 숨어 있는 첩자를 색출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단다. 한 여름 사막의 작전 수행은 더위와 가뭄과 싸움으로 너무 힘들었단다. 거기에 이름 모를 물것들이 공격해와 더 피곤했어. 소대장은 막사에서 잠을 자다가 이름 모를 물것에 허벅지를 물리게 되는데 곧바로 자제 소독을 했지만, 상처는 덧나고 몸은 열이 나는 등 계속 고생을 했단다.
어느 날 그의 부대는 낡은 집에 개와 단둘이 있는 팔레스타인 소녀를 발견했어. 소대장은 그 소녀를 처음에는 식당에서 일하게 했단다. 병사들이 그녀에게 수작 부린다는 보고를 받고 소녀를 자신의 숙소에서 자라고 했어. 깔끔쟁이인 소대장은 소녀를 목욕시키고 그의 숙소 한쪽 켠에 자라고 했어. 그래서 그 이성적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물것에 물린 상처에 괴로워하다가 갑자기 소녀를 겁탈했단다. 그 이후 소대장이 없는 사이, 병사들이 소녀를 겁탈했단다. 그리고는 소녀를 총살하고 구덩이 묻어버렸어. 이유도 없었어. 그들에게는 사소한 일인 양 정찰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거야.
….
그 일이 있고 수십 년이 지났어. 이번에는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단다. ‘나’는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우연히 오래 전 사막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죽음을 당한 소녀를 알게 되고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단다. 조사를 하다 보니 그 소녀가 살해된 날로부터 정확히 25년 뒤에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공감을 갖게 되었어.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스라엘에 위치한 역사박물관을 가려고 계획했어.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인 ‘나’는 이스라엘에 가는데 제약이 있었어. 그래서 친구한테 신분증까지 빌려서 이스라엘에 들어간단다. 역사박물관과 기록보관소에 가보고 소녀가 살았던 니림 마을에서 살고 계신 나이 많은 할머니를 만났지만, 정확한 진실을 알지 못했어. 좀더 위험을 무릅쓰고 군사 지역까지 가다가 검문소에서 군인들에게 붙들린단다. 그리고 그 군인들의 총에 그만 죽고 말았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가 수십 년 전의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으로 소설이 끝날 줄 알았는데, 충격적인 결말로 끝이 났단다. 이런 결말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 같구나.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같이 공감해주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이스라엘이 섣불리 그 심한 짓을 못 할 것 같구나. 팔레스타인에도 영원한 평화가 오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마친다.
PS,
책의 첫 문장: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아득히 총성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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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6-02-03 공감(1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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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사소한 일
완독 후 책을 덮어 책 표지의 제목을 손으로 쓸어본다. 이 제목데 대해 곱씹는다. 생소한 도시, 낯선 이름들. 손끝이 저리다. 초반에 1부를 따라 읽으며 나도 모르게 1부의 부대장에 일종의 연민을 가지고 그의 상처와 고름에 눈을 찌푸리게 되고, 이것마저도 작가가 의도한 시각이라 생각. (그리고 역자의 해설에도 이 내용이 들어가있다.) 거시적 관점으로 굵직한 일에 초점, 거리를 두면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어찌나 쉬운지. 모두 방관자인 우리에게 작가는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보기 ‘했는지’, 그래서 무엇을 느끼기로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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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9-05 공감(1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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