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유대인
쉴로모 산드 (지은이),김승완 (옮긴이),배철현 (감수)사월의책2022-01-10
원제 : The Invention of the Jewish People






























미리보기
책소개
‘민족’이란 개념은 허술하다.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오랜 세월 동안 고정된 동질 집단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쟁과 이주를 겪으면서 타 집단과 섞이지 않고 민족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그래서 모든 민족국가는 하나의 민족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신화와 조작된 역사를 창조한다. 이 신화가 길고 찬란할수록 국민을 통합된 집단으로 이끌기 쉽다.
『만들어진 유대인』은 이런 신화 위에 건설된 나라 이스라엘의 역사적 진실에 깊이 다가선 책이다. “2천 년의 유랑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아 옛 고향땅을 되찾은 어느 뛰어난 민족”이라는 서사는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신화다. 저자는 이 서사가 완전한 허구임을 밝힌다. 유랑은 없었고, 따라서 고향땅에 남은 이들도 같은 뿌리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자신 유대인이자 이스라엘인이기도 한 저자는 이런 작업을 통해 단일 종족으로서 ‘유대인’이라는 신화, 단일 민족국가로서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를 해체하고자 한다. ‘유대인의 나라’라는 이념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폭력적 패권주의를 정당화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제는 오히려 반유대주의를 부채질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민족’이 그 구성원에게 든든한 정체성을 제공하는 기능뿐 아니라, 동질성이라는 이름 아래 내부 불평등과 배제의 정치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 데 있다.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의 거대 유대인 권력에 도전하는 이 위험한 책이 출간 직후 24개국 언어로 번역되고 유명 언론과 학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기억이라는 짐
1. 움직이는 정체성
2. 구성된 기억들
제1장 민족 만들기 - 주권과 평등
1. ‘민중’인가 ‘종족’인가
2. ‘민족’을 의심한 사람들
3. ‘이데올로기’인가 ‘정체성’인가
4. 시민적 민족주의 대 종족적 민족주의
5. 민족의 ‘군주’ 지식인
제2장 역사가 된 신화 - 하느님이 만드신 민족
1. 초창기 유대 역사가들
2. ‘신화역사’로서의 구약성서
3. “인종이 곧 민족이다”
4. 어느 역사가의 반박
5. 동쪽에서 나타난 원-민족주의
6. 서쪽에서 나타난 종족주의
7. 시온에서 시작된 역사학
8. 정치와 고고학
9. 신화역사를 배반하는 증거들
10. 비유문학으로서의 성서
제3장 너무 많은 유대인 - 유배 때문인가, 개종 때문인가
1. 서기 70년에 일어난 일
2. 추방 없는 유배 - 불가사의한 역사
3. 왜 고향을 떠났을까?
4. 만방이 그리로 모여들 것이라
5. 이웃들을 강제로 개종시키다
6. 헬레니즘 권역에서 메소포타미아 땅까지
7. 로마의 그늘 아래서
8. 랍비 유대교는 개종을 어떻게 보았을까
9. 유다지역 사람들의 슬픈 운명
10. ‘땅의 사람들’의 정체
제4장 침묵의 왕국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행운의 아라비아’ - 힘야르 왕국의 개종
2. 페니키아인과 베르베르인 - 수수께끼의 여왕 카히나
3. 유대인 카간 - 동쪽에서 일어난 이상한 제국
4. 하자르인과 유대교 - 밀월의 시작과 끝
5. 하자르 과거를 어떻게 볼 것인가?
6. 수수께끼 - 동유럽 유대인의 기원
제5장 구별하기 - 이스라엘의 정체성 정치
1. 시오니즘과 유전
2. 꼭두각시 과학과 인종주의 난쟁이
3. ‘에트노스’ 국가 수립
4. ‘유대적이면서 민주주의적’이란 네모난 동그라미인가?
5. 글로벌 시대의 ‘종족정’
후기: 땅 없는 민중, 민중 없는 땅 - 비판에 답함
주 / 참고문헌 / 감수의 글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P. 58 한때 유럽에서는 (나치즘의 주장이 그러하듯이) “모든 유대인들은 저들만의 기원을 가진 하나의 민족으로 묶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 당장 반유대주의자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이라는 사람들이 하나의 민중이나 민족을 이루었던 적은 없으며 지금도 그러하다”고 말했다가는 즉각 유대인 혐오자로 찍힐 것이다. 접기
P. 65 종족을 기반으로 하여 자연적으로 생겨난 민족은 없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들이 민족으로 불리면서, 그 안에 속하거나 그것에 의해 구분되거나 그 지배를 받아온 주민들이 종족으로 묶이는 것이다. 즉 과거에서나 미래에서나 마치 그들인 자연적 공동체를 이루기라도 한 듯이 그려지는 것이다. - 에티엔 발리바르
P. 152~153 근대적 집단 정체성인 민족의식까지 가기 위해서는 신화와 목적론 모두가 필요하다. 여기에 토대를 제공한 신화는 구약성서에 기록된 우주였다. 구약의 역사적 재료들은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문헌학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생기 넘치는 신화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영원한 민중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오도록 운명지어졌다는 가정이 근대 유대 역사학자들을 통해 목적론으로 커나갔다. (…) 그러나 수백 년 된 유대 공동체들이 구약성서를 ‘탈무드’라는 구전 율법의 해석과 중개 없이 읽을 수 있는 독립된 저작으로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성서는 오랫동안 유대인 대부분에게 인간의 이해로는 접근할 수 없는 텍스트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성지’(聖地)를 이 세상에 실재하는 장소로 보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접기
P. 249 가장 먼저 강조해야 할 것은 로마인들이 유대전쟁이 끝난 후 결코 주민 전체를 강제추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스라엘왕국을 멸망시킨 아시리아인들과 유다왕국을 정복한 바빌로니아인들 역시 그들의 정복지로부터 주민 전체를 이주시키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덧붙일 수 있다. ‘땅의 사람들’ 곧 농작물을 생산하고 세금을 바치는 이들을 그 땅에서 뿌리 뽑는 것은 결코 득이 되는 일이 아니다. 심지어 로마제국은 아시리아인과 바빌로니아제국이 실시했던 효율적 추방정책 - 전 지역에 걸쳐 각 분야 행정 및 문화 엘리트들만을 골라서 추방한 정책 - 조차 시행하지 않았다. 접기
P. 254~255 유배에 관한 새로운 유대 신화가 생겨난 것은 상당히 늦은 시기였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그 신화가 무엇보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배척하여 십자가에 못 박은 벌로 유랑의 삶을 살아간다”는 그리스도교 신화로부터 유래했다고 말한다. 4세기 초 그리스도교가 승리를 거두고 로마제국의 종교가 되자, 원래부터 예루살렘 외부에 거주하던 유대교 신자들마저 유배를 신의 징벌로 보는 관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죄와 뿌리 뽑힘, 그리고 성전파괴와 유배를 연결시키는 관념이 세계 곳곳의 유대인들에 대한 정의 속에 깊이 자리하게 되었다. 죄로 인해 벌을 받고 있다는 ‘방랑하는 유대인’이라는 신화는 이후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사이의 증오의 변증법 안에 뿌리를 내리고는, 긴 세월 동안 두 종교 간의 경계선을 표시하는 표지가 되었다. 접기
P. 451~452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이 도착하기 전 볼가강과 돈강 사이 지역에 모세 종교를 받아들인 이들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과, 프랑크 부족들이 침입하기 전 갈리아(Gaul) 지역에도 유대교 개종자들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북아프리카에서도 카르타고인들이 유대교로 개종한 뒤 아랍인들이 들이닥쳤고, 이베리아반도에서도 유대교 문화가 번성하고 뿌리내린 뒤 그리스도교의 영토회복운동(레콩키스타)이 일어났다. 그리스도교 유대인 혐오자들이 조장하기 시작했고 근대의 반유대주의자들이 다시 불러들인 과거의 이미지와 전혀 다르게, 신의 아들인 메시아를 죽였다는 이유로 성스러운 땅에서 쫓겨난 저 저주받은 민족이란 역사를 통틀어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다. 접기
P. 515 종교가 개인의 내면적 확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외적 표지가 되면, 그 종교는 종족을 나타내는 특성 곧 한 집단에 귀속되는 대체 불가능한 속성이 된다. 그럼으로써 종교는 개인적 책임과 선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필요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바뀐다. 즉 최종적으로는 인종을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 리아 그린펠드 접기
P. 97 근대화 초기 단계 곧 농업 의존적인 사회관계가 파괴되고, 잘 결합되어 있던 전통적 공동체의 연결이 붕괴됨과 동시에, 정체성의 안락한틀을 제공하던 종교적 믿음마저 쇠퇴한 시기에 이미 개념적 단절이나타나서 민족주의가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틈새를 마련해주었다. 마을과 성읍에 존재하던 소규모 인간 공동체의 결속력과 정체성도 ... 더보기
P. 100 헤이즈가 잘 보았듯이, 18세기 유럽에서 그리스도교가 쇠퇴했다고해서 초월적 힘에 대한 인간의 오랜 믿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 종교의 대상이었던 것이 근대화로 인해 다른 것들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자연, 과학, 인본주의, 진보의 개념이 그것들인데, 이 개념들은 모두 이성의 범주에 드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는 인간을 종속시키는 강력한 외적 요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18세기 말 지적, 종교적 변혁의 절정을 이룬 것은 민족주의의 출현이었다. 민족주의는 그리스도교 문명의 심장부에서 출현한 이념답게 시작부터 어떤 뚜렷한 특징을보여주었다. 중세 유럽에서 교회가 로마군대 편제에 맞춰 신앙을 조직한 것처럼, 근대에는 민족국가가 같은 방식으로 신념을 조직하였다. 민족국가는 스스로 어떤 영속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여긴다. 민족국가는 숭배를 요구하고, 세례의식이나 혼인서약 같은 종교의례 대신엄격한 시민등록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자신의 민족 정체성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을 배신자와 이단자로 간주한다. 접기
P. 100 헤이즈의 생각은 민족주의를 일종의 근대 종교로 보는 이들에게 두루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어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를, 죽음이라30는 최종 사태에 새로운 방식으로 맞서는 신앙의 한 유형이라 보았다.
또 어떤 이들은 그것을, 근대화라는 대단절 사태 안에서 인간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성공한 종교로 규정하기도 했다.... 더보기
P. 101 하는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이 새로운 세속 종교가 가진 주요 기능의 하나였다. 또 어떤 학자들은 민족주의가, 사회 질서와 계급적 서열을 지탱하기 위해 종교적 숭배라는 영구 비계를 설치하는 기능을 하는근대 종교라고 진단하였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민족주의의 종교적 속성에 대한 이상의 여러 가정들을 받아들인다면, 아직 답을 얻지 못한 다음 두 질문에 마주칠 것이다.
정말로 민족주의는 영혼의 참된 형이상학이라 할 만한 것을 제공하는가?
또한 민족주의는 일신주의 종교들처럼오래 지속될까? 접기
P. 101 민족주의와 전통 종교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초월적 종교의 큰 특징인 보편 지향적 성격과 개종을 환영하는 경향은 폐쇄적 성향을 가진 민족주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민족이 초월적 대상보다 언제나 그 자신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점도 국가를 위한 대중 결집을 용이하게 하는 요소다. 전통 사회에서는 그런 일이 일시적으로 벌어질 수는 있어도 영속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가 전통 종교와 가장 밀접하게 닮은 이데올로기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공통의 사회관계 안에서 계급 간 경계를 가로질러 성공적으로 사회 통합을 추진해온 점에서도 그러하다.
민족주의는 그 어떤 세계관이나 규범 체계보다 더 효과적으로 개인 정체성과 집단 정체성 모두를 형성했다. 고도로 추상화된 관념들을 가지고도 두 정체성 사이의 간극을 잇고 결합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계급정체성, 공동체 정체성, 종교 정체성도 더 이상 민족주의의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물론 그 정체성들이 아예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롭게 나타난 민족주의라는 정체성과의 공생적인 연계관계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서는 계속 존속하기가 어려워졌다. 접기
P. 240 기원전 6세기의 바빌론 유수와 귀환이라는 대사건은 유다지역의 엘리트 식자층 전직 궁정서기나 제사장, 또는 그 후손인 사람들에게 왕조 통치자로부터 직접 지배를 받던 때보다 더 많은 자율성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정치 붕괴와 그로 말미암은 비상 권한의 공백이라는 역사적 돌발 사태는, 그들에게 새롭고도 예외적인 행동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하여 권력이 아닌 종교를 통해서 큰 보상을 받는 독특한 문학적 창조의 무대가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왕조 창시자(다윗)를 찬미하면서도 그를 더 높은 신적 존재에게 벌 받는 죄인으로 묘사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오로지 그러한 상황 속에서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표현의 자유가 신학적 대작(인용자 추가, 구약)을 낳을 수 있었던 것도 오직 그 때문일 것이다. 접기
P. 95 경제적, 행정적, 기술적 근대화로 인해 민족을 구축할 수 있는 하부구조가 만들어졌고, 그에 뒤따라 민족에 대한 필요성도 생겨났다는 얘기였다. 이 과정에는 또한 정교한 이데올로기적 책략도 함께하였으니, 언어·교육·기억 등 민족의 윤곽을 다듬고 규정하는 문화적 요소들을 조종하는일-국가 체제가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한 곳에서는 ‘희망‘으로 그쳤지만-이 그것이었다. 이 모든 이데올로기적 책략들을 통합하는 최고의 논리는 ˝정치적 단위와 민족 단위가 일치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겔너의 뒤를 이어 에릭 홉스봄이 두각을 나타냈다. 홉스봄이 쓴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는 정치 조직체나 국가의 건설을 추구하던정치 운동들이 어떻게 기존의 문화적·언어적·종교적 재료의 혼합물로부터 ‘민족‘이라는 실체를 만들어냈는가를 방법과 시기 면에서 검토한책이다. 하지만 홉스봄은 겔너의 이론적 대담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경고를 덧붙였다. ˝민족이란 이중적 현상이다. 근본적으로는 위로부터 구축되지만, 또한 아래로부터 분석하지 않는다면, 즉 일반 민중들이 품은 가정, 희망, 필요, 기대, 관심 등을 통해 분석하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접기
P. 131 하지만 세속적이고 전복적인 근대 세계가 등장하여 ‘시간‘의 순환도로를 곧게 뻗은 직선도로로 바꿈으로써, 이제 그 길을 통해 상징적이고감정적인 이미지가 사회의식 속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 시간이 개인 정체성의 뗄 수 없는 일부가 되었고, 민족을 다지는 데 큰 희생이 필요했다는 등의 집단 서사가 등장하여 민족이라는 실체에 의미를 입혀주었다. 과거의 고난이 현재 우리가 져야 할 짐을 설득해주는 이유가 된 것이다. 지나간 세상의 영웅담은 밝은 미래를 예언하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그 미래라는 곳도 아마 개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민족을 위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역사가들의 도움으로 민족주의는 근본에서부터 낙관적인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바로 이것이 민족주의가 성공한 비결이었다. 접기
추천글
슐로모 산드의 『만들어진 유대인』은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특히 이스라엘 안에서 민족주의 역사학의 신화를 해체하는 데 꼭 필요한 학습서인 동시에, 이스라엘이 모든 주민에게 평등하게 속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탄원서이다. 열정과 박식함을 겸비한 이 책으로 정치 상황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 책은 하나의 뚜렷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 에릭 홉스봄 (런던대 버벡칼리지 학장)
슐로모 산드가 놀라운 책을 썼다. 그는 냉철하고도 학술적인 필치로 아주 간단하게 유대 역사를 표준화했다. 추방되고, 고립되고, 방황하다가 마침내 고향 땅으로 돌아갈 특별한 운명을 지닌 민족이라는 믿기 어려운 신화 대신, 그는 유대인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그 역사를 인류의 보편적 역사에 설득력 있게 재통합했다. 다른 여러 나라들의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갈등을 일으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온 유대인의 과거는 결국 이기적이고 대부분 상상에 지나지 않는 발명품임이 드러났다. 현대 중동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토니 주트 (대학교수, 사학자)
산드는 ‘유대인의 기원’을 묻는다. 이 책의 원제는 『유대인의 발명』인데, 유대 민족과 인종은 19세기 유럽의 내셔널리즘 속에서 말 그대로 ‘발명된’ 것이다. 그 역사적 기원을 보면, 유대인이란 유대교도일 뿐 ‘민족’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유대인이 로마제국, 아프리카, 러시아 지역에 이르기까지 널리 늘어난 것은 추방 때문이 아니라 유대교 개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오니스트들은 그것을 ‘민족의 역사’로 바꿔치기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현대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얻을 것이다.
- 가라타니 고진 (일본 사상가, 문예평론가)
이 책은 분명코 가장 용감한 ‘올해의 책’이다.
- 테리 이글턴 (문학비평가)
그의 책은 허구와 환상의 풍경을 헤쳐 나가는 여행이다. 산드는 오늘날의 이스라엘 사회를 견고한 진실의 벽돌로 다시 짓고 그것에 자유의 풍경을 입히기 위하여, 먼저 그 풍경을 폭파한다.
- 사이먼 샤마
이스라엘 국가수립 선언문은 유대 민족이 이스라엘 땅에서 발원하여 고국에서 추방당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이스라엘 학생은 이것이 서기 70년 로마제국 시대에 일어났다고 배운다. 역사학자 슐로모 산드는 이런 인식이 틀렸다고 말한다. 유대 민족은 없었고 유대 종교만 있었을 뿐이며, 추방이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귀환도 없었다는 것이다.
- 톰 세게프 (이스라엘 역사학자)
『만들어진 유대인』은 필수적으로 도전해야 할, 매우 복잡한 지적 연습이다. 이스라엘보다 안전한 사회라면 기꺼이 이 책을 학교의 핵심 교과과정에 포함시킬 것이다.
- 아브라함 부르크 (‘유대기구’ 전 의장)
나는 슐로모 산드의 주장에 동의하는 많은 유대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말하기를, 이스라엘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는 팔레스타인계 시민과 비유대계 시민의 이야기와 권리를 얼마나 배려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유대 민족’이라는 신화의 허구성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조너선 위튼버그 (랍비)
유대 민족주의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담은 이 책이 번역되면서 영국에서는 새로운 보도 경쟁이 일어났고, 열띤 논쟁을 촉발시켰다. (…) 엄청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은, 흔치 않은 책이다.
- 뉴욕 타임스 (미국 일간지)
이유도 없이 악명을 떨치게 된 위험한 책들이 있다.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나면 책은 유례없는 입소문을 탄다. 슐로모 산드의 『만들어진 유대인』도 그렇다. (…) 책의 엄청난 성공으로 저자는 대학에서 친구들을 잃었고, 독자들의 감동적인 편지로 보상을 받았다.
- 르몽드
슐로모 산드는 역사가이자 최근 영어로 번역된 책 가운데 가장 많이 조명되고 논란을 일으킨 『만들어진 유대인』의 저자이다. 그는 유대인이 유전적으로나 그 밖의 다른 이유로나 한 번도 ‘하나의 민족’을 이룬 적이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세계 학계에서 일대 논쟁을 일으켰다. (…) 이스라엘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을 더 닮아야 하고 인종적 순수성에 덜 매달려야 한다는 산드의 요점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 뉴스위크
슐로모 산드가 일으킨 조용한 책의 지진이 유대교와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믿음을 뒤흔들고 있다.
- 옵저버
연이어 폭죽을 터뜨리는 책. 이 책을 인정하지 않고는 더 이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 인디펜던트 (미국)
산드가 최근 출간한 이 저작은 무려 19주 동안 이스라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금기에 도전하는 책임에도 이 책의 성취를 모르는 역사학 교수는 없다.
- 알자지라
이스라엘 민주주의가 더 자유로워지고 굳건해질 방법을 묻는 산드의 질문은 생각해볼 점이 많으며,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다.
- 하아레츠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2년 1월 14일자
국민일보
- 국민일보 2022년 1월 13일자 '200자 읽기'
서울신문
- 서울신문 2022년 1월 14일자
문화일보
- 문화일보 2022년 1월 14일자
한국일보
- 한국일보 2022년 1월 14일자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22년 1월 15일자
동아일보
-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2년 1월 14일자 '책과 삶'
세계일보
- 세계일보 2022년 1월 15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쉴로모 산드 (Shlomo Sand)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역사학 교수. 1946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태어났다.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48년 ‘나크바’(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탈) 시기에 이스라엘 야파로 이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16세에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라디오 수리기사, 전화교환원 등으로 일하다가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6일 전쟁’ 시기에 군에 입대했다. 당시 군인으로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목격하고 “고국을 잃었다”는 느낌으로 큰 회의에 빠져 반시오니즘 급진좌파 운동에 합류했다. 1975년 텔아비브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했고, 1985년까지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며 프랑스사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스라엘에 돌아와 종신교수로 모교에서 유럽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2008년 히브리어로 출간되고 2009년 영어로 번역된 『만들어진 유대인』(원제 ‘유대인은 언제, 어떻게 발명되었는가’)이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서 산드는 “외국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이스라엘 역사서”의 저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유대인이자 이스라엘인으로서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정체성 신화에 대해 통렬한 비판과 근본적 의문을 던진 몇 안 되는 지식인으로 각인되면서, 에릭 홉스봄, 토니 주트, 베네딕트 앤더슨 등의 민족주의 비판가들과 같은 대열의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저서로는 『만들어진 유대인』의 속편 격인 『이스라엘 땅의 발명』, 『유대인, 불쾌한 진실』이 있고, 최근 『프랑스 지식인의 종말: 유대인 혐오에서 이슬람 혐오까지』를 출간하여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유대인은 왜?>,<만들어진 유대인>,<유대인, 불쾌한 진실> … 총 46종 (모두보기)
김승완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역사 전문 번역가.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사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역서로 『처음 읽는 유럽사』, 『만들어진 유대인』, 『무함마드』가 있다.
최근작 :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 총 9종 (모두보기)
배철현 (감수)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고전문헌학자이자 작가. 인류 최초 문자들의 언어인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 대왕이 남긴 삼중쐐기문자 비문에 관한 연구로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건명원(建明苑) 원장과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인류가 남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여 후대를 위한 강의와 집필 활동에 몰입하고 있다.
블로그 <배철현의 매일묵상>(blog.naver.com/eduba)에 일상의 소소한 관찰을 글로 적고, 유튜브 채널 <배철현의 더코라THE CHORA>에는 동서양 경전과 고전을 통해 얻은 혜안을 영상으로 올리고 있다. 2020년 교육기관 ‘더코라(www.thechora.com)’를 설립하여 청소년과 예술 청년들을 위한 인문학교 ‘서브라임’과 경영인들을 위한 ‘코라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과의 심오한 대면과 자기-극복 훈련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문명의 틀이라고 믿는다. 아슈탕가 마이솔 요가 훈련을 통한 영감으로 《배철현의 요가수트라 강독》을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여정》《배철현의 위대한 리더》그리고 위대한 개인을 발굴하기 위한 에세이 시리즈 《심연》《수련》《정적》《승화》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배철현의 요가수트라 강독 1 : 삼매>,<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배철현의 위대한 리더> … 총 37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유대 민족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발명되었는가?”
24개국 번역, 전 세계 언론과 학자들로부터 크게 주목 받은 문제작
오늘날 다시 득세하는 민족주의에 대한 가장 통렬한 비판서
‘민족’이란 개념은 허술하다.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오랜 세월 동안 고정된 동질 집단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쟁과 이주를 겪으면서 타 집단과 섞이지 않고 민족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그래서 모든 민족국가는 하나의 민족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신화와 조작된 역사를 창조한다. 이 신화가 길고 찬란할수록 국민을 통합된 집단으로 이끌기 쉽다.
『만들어진 유대인』은 이런 신화 위에 건설된 나라 이스라엘의 역사적 진실에 깊이 다가선 책이다. “2천 년의 유랑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아 옛 고향땅을 되찾은 어느 뛰어난 민족”이라는 서사는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신화다. 저자는 이 서사가 완전한 허구임을 밝힌다. 유랑은 없었고, 따라서 고향땅에 남은 이들도 같은 뿌리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자신 유대인이자 이스라엘인이기도 한 저자는 이런 작업을 통해 단일 종족으로서 ‘유대인’이라는 신화, 단일 민족국가로서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를 해체하고자 한다. ‘유대인의 나라’라는 이념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폭력적 패권주의를 정당화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제는 오히려 반유대주의를 부채질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민족’이 그 구성원에게 든든한 정체성을 제공하는 기능뿐 아니라, 동질성이라는 이름 아래 내부 불평등과 배제의 정치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 데 있다.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의 거대 유대인 권력에 도전하는 이 위험한 책이 출간 직후 24개국 언어로 번역되고 유명 언론과 학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 발명된 민족 ‘유대인’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다
오늘날 ‘민족’이란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경험을 같이하는 공동체를 일컫는 말이지, 변치 않는 혈연적 공동체를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대인 역시 공통된 종교문화를 가진 종교공동체이지 혈연으로 이어진 종족공동체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종족적 동질성의 신화를 국가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곧 ‘유대인의 나라’를 자임하는 이스라엘이다. 그러나 저자 슐로모 산드는 유대인을 한 마디로 “발명된 민족”이라 정의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성서시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직선으로 이어져왔다고 주장하는 ‘유대 역사’의 부실한 고리들을 낱낱이 해체한다. 그럼으로써 신화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온 유대 민족주의, 그 이념에 배인 배타성과 폭력성을 넘어서고자 한다. 『만들어진 유대인』은 유대인과 고난에 찬 그들의 역사에 경탄하는 이들, 구약성서의 신화를 사실로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 그리고 이런 신화에 기대어 폭력과 배제의 정치를 국가 유지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쓰디쓴 진실의 약을 처방하는 책이다.
사람들은 흔히 유대인의 역사를 오래도록 고난 받은 어떤 민족의 일관된 이야기로 여긴다. 그 이야기는 대강 이러하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떠돌이 유목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신이 약속한 땅’에 유다왕국과 이스라엘왕국을 건설하고, 이후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 제국의 침공을 받아 포로기를 경험한다. 포로에서 풀려난 이들은 다시 예루살렘을 건설하지만 로마의 지배 아래서 고향땅을 빼앗기고 뿔뿔이 추방된다. 이후 2천 년 동안 디아스포라(유대인 이산)로 세상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수많은 핍박에서도 근대까지 그 정체성을 지키며 살다가, 마침내 신이 약속한 땅 이스라엘에 다시 모여 ‘유대인의 나라’를 건설한다.”
저자 슐로모 산드는 역사학자로서 이런 이스라엘 건국의 서사를 하나하나 해체하고자 한다. 유대교 신앙체계의 근간에는 ‘죄로 인한 추방’과 ‘성지로의 귀환’이라는 관념이 있다. 현세에서 피할 수 없는 삶의 고난을 위로해주는 이 관념은 장소적 의미가 아니라 다만 구원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상황적 의미를 갖는 관념이었다.(248쪽, 255-6쪽) 그러나 성서의 신화를 역사로 해석하면서 추방과 유배는 역사적 사실로 탈바꿈한다. 저자는 이렇게 창작된 역사의 허술한 고리들을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짚어냄으로써 ‘추방’과 ‘귀환’의 신화를 무너뜨린다.
(1) 출애굽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으로,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들이 정복했다는 가나안은 당시에 여전히 이집트 땅이었다.(229-30쪽) (2) 바빌론 유수는 엘리트 지배층의 극히 일부에 한한 것이었으며, 그나마 다수는 유수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271쪽) (3) 기원후 로마에 항거해 일어난 유대전쟁과 바르 코크바 반란에서도 추방은 결코 없었다.(249쪽) (4) 심지어 7세기 이후 이슬람 지배 하에서도 토착 히브리 농민이 땅을 버린 일은 없었다.(345-6쪽)
■ 전 세계 유대인은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 ‘개종’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 무수히 퍼져있는 유대인의 존재는 무엇인가? 저자는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 등지에서 태동한 일신교를 앞장서서 채택한 히브리인들의 선진적 신앙체계가 지중해 세계의 원시 다신교문화에 빠르게 파고들었다는 것을 일차적 이유로 든다. 그리고 중근동에 있었던 유대교 왕국들의 개종 활동을 결정적 이유로 든다. 하스몬 왕조의 강제 개종정책으로 인해 그리스 이름을 가진 유대교인들이 대거 출현했고(290쪽 이하), 아랍인의 스페인 정복 때 북아프리카 베르베르인들과 함께 스페인에 들어간 유대교가 ‘세파르디’ 유대인들의 기원이 되었으며(348쪽 이하), 동방의 광활한 코카서스 평원에 있던 유대왕국 하자르가 동유럽 ‘아시케나지’ 또는 이디시어 사용 유대인들의 기원이 되었다(436쪽 이하)는 것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이스라엘 국가 수립 이전에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아랍인들이다. 그들은 7세기 무렵 아랍인의 팔레스타인 점령 후 이슬람으로 개종한 유대 농민들의 자손일 가능성이 높다.(332쪽, 339쪽) 다시 말해,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그토록 배척하는 팔레스타인인의 뿌리가 사실은 유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시오니스트들조차 인정하는 사실이었다는 것이다.(344쪽)
■ 시오니즘의 탄생 배경과 유대 종족주의의 위험성
유대인으로 불리는 오랜 종교공동체가 종족공동체로 교묘하게 탈바꿈한 데는 시오니스트 민족주의자들의 정치적 이해가 숨어 있었다. 저자는 민족주의 열기가 들끓던 19세기 유럽에서 ‘민족’ 개념이 발명되고 ‘시오니즘’이라는 유대 민족주의가 형성된 과정을 촘촘히 그려낸다.
‘민족’은 종교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더 이상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근대 세속화 시대에 종교를 대신하여 안정된 정체성을 제공하는 이념으로 등장했다.(100쪽) 그래서 한 민족에 속하는 한 똑같은 민중이라는 민족의식은 시작부터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을 내재하고 성장했다.(92쪽) 그러나 시민적 평등권이 우선 정착된 서유럽(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달리,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정착이 늦었던 동유럽(독일 폴란드 러시아 등)에서는 종족적 민족주의가 먼저 득세하였다. 독일의 아리안주의나 러시아와 동유럽의 슬라브주의 같은 종족적 민족주의의 배타성이 결국 조직적인 유대인 탄압을 불러 일으켰고, 시민적 평등권을 요구하던 유대인들로 하여금 ‘시오니즘’이라는 대항적 민족주의를 탄생시킨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유대 민족주의는 그들을 핍박하던 종족 민족주의의 거울상으로 형성된 것이었다.(104쪽 이하)
슐로모 산드는 이렇게 ‘유대 민족’이란 것이 19세기 독일과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대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창작품임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해서, 이스라엘 국가수립과 함께 그것이 정치적, 학문적으로 어떻게 강화되었는지 설명한다. 시오니스트들이 유대 역사를 창작하기 위한 보물창고로 발견한 것이 바로 구약성서였다. 이민족을 물리친 구약 영웅들의 신화가 중동전의 승리를 고무하는 데 이용되었고, 고고학이 고대 왕국의 신화를 사실로 재현하는 데 동원되었다.(제2장) 나아가 19세기 인종주의를 뒷받침하던 생물학은 20세기 유전학으로 옷을 바꿔 입고 ‘유대 유전자’의 연속성을 입증해주는 과학(유사과학)으로 재등장하기까지 한다.(제5장)
산드는 이 모든 역사 창작이 현재 이스라엘의 정치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 세계 유대인에게는 아무런 제한 없이 시민권을 부여하면서 자국 내 비유대인에게는 심각한 차별을 가하는 나라, 세속적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면서도 ‘이스라엘 민중’의 존재를 부정하고 유대인들만의 신정 국가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민족이란 같은 문화와 경험에 대한 공통의 ‘감각’이지 ‘실체’가 아니다. 이 책은 민족이라는 의식이 실체가 되고 국가 이념이 될 때 자국과 이웃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극히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대인의 발명’과 ‘이스라엘’은 그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 이 책의 전체적 개요
방대한 분량으로 쓰인 이 책을 몇 문단으로 요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때로는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복잡하게 서술된 이 책의 핵심만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서장(序章) 역할을 하는 「들어가는 글」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담고 있다. 저자의 가계, 청년기의 아랍인 친구들, 그리고 제자들의 일화를 통해 ‘민족’과 결부된 정체성과 기억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폭력을 행사하는지를 실감 있게 묘사한다.
제1장과 제2장은 유대 민족을 소재로 하여 민족주의 담론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다. 민족주의가 처음부터 민주주의적 평등 개념을 내장하고 태어난 이념이라는 것, 그러나 ‘민족’이란 말이 ‘민중’, ‘백성’ 등의 용어와 혼용되면서 마치 고대부터 있었던 실체로 착각한 데서 민족 개념을 둘러싼 역사적 오류가 빚어졌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성서 신화가 신뢰할 만한 역사서로 자리 잡는 데 이바지한 초창기 유대 역사가들의 이론적 작업이 상세히 소개된다. ‘디아스포라’와 고대 영토가 종교적 상징에서 정치적 의미로 전용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시오니스트 역사학자들의 계보가 소개된다.
제3장과 제4장은 하나의 일관된 역사로 이해되어 온 유대 역사의 허구를 밝히는 작업이다. 유대 역사의 목적론적 핵심을 구성하는 추방과 유배 사건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고, 고립주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유대교가 원래는 개종에 열성적인 종교였음을 밝힌다. 포교와 개종 과정에서 생겨난 이민족 유대왕국들이 근대 유럽 유대인들의 모태가 되었고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기원이 되었음을 설명한다.
제5장은 결론부이다. 5장에서는 현대 이스라엘의 정치와 학문적 동향을 다룬다. 한편으로는 저명한 법학자들과 철학자들이 나서서 시민적 정체성과 법적 자격을 유대인에 국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학뿐 아니라 과학계까지 나서서 유대인의 유전학적 동질성을 입증하려는 유사과학적 시도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후기」는 『만들어진 유대인』이 출간된 후 책에 가해진 여러 비판에 대해 저자가 답하는 글이다. 유대인 단일 민족설에 대한 재반박, 유배 사실에 대한 반증, 히브리인과 팔레스타인인의 역사적 동질성, 유대인 유전자설에 대한 논박,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대인이 아닌 ‘이스라엘 민중’의 존재에 대한 승인을 주장한다. 이 후기는 책 전체를 요약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접기
유대 이스라엘 사회는그 속에 깊이 뿌리박은 선택된 백성의 이미지를 폐기할 용의가 얼마만큼이나 있을까?또상상에 가까운역사나 미심쩍은 생물학의 이름으로그 자신을 고립시키고 그중심에서 타자를 배제하는일을 중지할 의사가 얼마나 있을까? ㅡp563 본문중에서ㅡ
대아재산책 2022-02-02 공감 (10) 댓글 (0)
Thanks to
공감
홉스봄, 이글턴, 고진의 추천사에 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들이 충분히 추천할만한 책이었다. 덤으로 팔레스타인의 저항의 역사와는 다른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현재와 팔레스타인의 문제들에 대한 이해도 얻을 수 있었다.
chaos 2022-07-28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정말로 놀라운책! 내용응 말할 것 없고 번역이 이토록 뛰어난 책은 드물다. 산드의 후속작을 같은 번역자의 작품으로 만나길 고대한다. 출판사의 결단을 바라며…
sujebi 2025-08-20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책 마지막 부분 감수의 글 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호~~잇! 2023-06-17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뭐랄까.. 정보 수집이 좀 덜된 상태라는걸 내비취면서도 중동 중심 시각을 깨고 일면 동아시아에 호기심을.. 이스라엘도 이제 후진적 상태를 벗어나 서유럽,일본과 그리고 한국(곧)과 같이 선진화 정교분리화 해야 할 때가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역시나 하자르는 가짜였.. 필요한 정보만 취하면 되는
edwardsjr 2022-01-25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구매자 (1)
전체 (13)
리뷰쓰기
공감순

만들어진 유대인 - 슐로모 산드 / 사월의 책
유대인이라 하면 나치의 핍박과, 안네의 일기, 탈무드와 랍비, 그리고 돈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유대인의 이미지는 불쌍하지만 똑똑하고 가정교육에 진심인 세계의 부호들이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유대인이 나치보다 더 나쁜 민족이라고 한다. 살고 있던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고 난민으로 전락하게 만들어버린 세상 나쁜 사람들을 유대인들이라 여기지 않겠는가?
자신들은 수천 년 고통받았으니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유대인의 고통에 비할 것이 못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과 무엇이 다를까?
솔직히 나도 남의 일이라 여기고 살았다. 난민 문제와 전쟁, 시온주의, 민족주의, 성서와 신화, 역사 속 진실들을 굳이 깊게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무지함과, 타인의 삶에 무관심했음과, 그리고 진실을 얼마나 외면하고 살았었는지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저자인 슐로모 산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역사학 교수이다.
그는 1967년 전쟁 중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반시온주의에 합류하게 되는데, 이스라엘의 학교에서 종신교수로 근무하는 유대인 작가가 바라보는 유대인의 역사는 과연 어떤 것일까?
싸움을 말릴 때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한다고들 한다.
각자의 입장 차이가 다르기 때문인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입장과 유대인의 입장을 함께 알아가는 것이 그들의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되는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어갔다.
역사가의 연구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에는 후한 지원금이나, 역사가 개인의 경험과 기억들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심 요소가 되기도 한다.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유대인 역사가인 저자가 민족 역사학에 숨어있는 뻔뻔한 신화들을 얼마나 날카롭게 하나하나 짚어냈는지가 이 책을 읽는 쏠쏠한 재미 중에 하나다.
이스라엘인들은 그들의 역사가 정확한 사실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믿어서인지 신화를 구성하는데 더욱 진심이었고, 수천 년 동안 유랑 생활을 했으면서도 다른 민족에 스며들어 함께 하기는 끝내 거부한 그들의 삶과 믿음이 궁금해졌다.
왜 그들은 팔레스타인 땅을 뺏었다 하지 않고, 자신들의 땅에 먼저 살고 있는 이들을 불청객들이라며 밀어내고 전쟁을 정당화시키는 것일까?
내게는 민족이란 개념이 뭔가 비슷하고, 모호하고, 정확하게 나눠지지는 않는 것들이었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지, 내가 아는 게 맞는지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다양한 구분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다의적인 개념을 지닌 민족주의를 뭐라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가 힘들다.
학창 시절 역사 시간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이라며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듯한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제는 단일이라고 말하긴 어렵지 않은가?
저자는 유대인의 만들어진 역사를, 그리고 단일민족이라는 그들의 신화를 역사학자, 인류학자와 다양한 문학작품들과 역사관을 통합해 비교하고 콕콕 집어내며 살펴본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는 과장하며 더욱 부풀리고, 불리한 역사는 조용히 감춰버리는 과정을 통해 유대인은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며 유대인의 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도 집단 개종 때문이라고 하였고, 그들의 수가 감소한 원인도 타 종교로의 개종이라 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스스로의 역사와 신화를 바르게 바라보고 잘못은 인정하고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테지만 민족주의에 빠진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에 급급하다. 지배하고 빼앗으려는 자들과 그들에게 저항하는 자들의 싸움은 과연 끝이 날 것인가!
자신의 민족만을 위하고 평가하고 구분 짓는 그들의 잣대가 과연 옳은 것인지,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한 그들의 정책과 이미지들을 깰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진다.
어마어마한 양의 다양한 자료들과, 많은 학자들의 역사관을 비교하며 유대인의 만들어진 신화와 역사들을 제대로 알려주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이 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이미지, 신화가 그들의 폭력과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드러났던 부분임을 알려주고 바르게 짚어주고자 용기를 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 접기
친절한묘묘씨 2022-02-11 공감(13) 댓글(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만들어진 유대인
바빌론의 유수- 다윗을 왕이자 신의 죄인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환경
puttyclay 2022-02-22 공감(8) 댓글(0)
Thanks to
공감
만들어진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대표로 떠올리는 유대인들의 역사는 이스라엘에 정착하면서 비로소 그들의 소원이었던 나라를 세우게 된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
우선 이 책에 관심을 둔 계기는 얼마 전 읽은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을 읽으면서였다.
각기 그들의 주장을 통해 본 사건들은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지닌 구원의 땅이란 신념과 이에 부응하기 위해 해 온 그들의 정책들, 시오니즘에 대한 의미를 알고 싶어서였다.
저자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부모를 따라 이스라엘로 정착한 무신교 유대인이자 이스라엘인 학자다.
그가 주장한 유대인이란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일 뿐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세의 출애굽기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혈통을 유지한 민족이 아니란 것을 주장한다.
-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 증류되고 남은 성서적 '진실'이 인류사에 대한 보편적 서사가 아니라 어떤 신성한 민중의 이야기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며, 근대의 성서 독해가 그 민중을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탄생한 '민족'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모든 민족 국가는 하나의 단일민족이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신화'와 '역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우리는 하나란 공통분모란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주장을 태초의 유대 역사를 이야기하는 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 왜 허구의 역사인지를 지적한다.
저자가 말하는 유대인이 발명된 민족이라고 단언하는 주장에는 종교적인 요소들과 선조들의 연결고리의 필요성으로 인해 고고학자, 역사학자, 인류학자 및 소설가들, 여기에 각자 자신들의 살고 있었던 나라(독일, 러시아, 미국) 학자들이 바라본 역사관을 통해 유대인 역사가 세워지는 과정을 살핀다.
여기엔 중심적인 기둥을 만드는 과정에서 끊어진 연결고리를 억지로 이어 붙이는 과정과 사실적으로도 증명되거나(고고학 발견), 문화교류와 정착을 통한 개종 인구의 팽창과 이런 과정에서 하스몬 왕조와 하지라 왕국에 대한 존재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리는 사례들을 통해 유대민족에 대한 정당성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음을 말한다.
이밖에도 종교적인 차원에서 종족 중심주의적 통일성에 더한 유전자 형질을 찾는 과정들은 유대인들이 종족 공동체로서 그들이 얼마나 만들기 노력에 힘을 쏟았는지를 알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유대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구약성서에 담긴 필요한 부분들만 발췌해 신화와 역사를 만들어 내고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건국했지만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식민주의에 입각한 아랍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지배와 이에 불응하는 이들과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은 고령의 유대인들이 갖고 있는 유대주의의 생각과 포스트 시오니즘에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들이 받아들이는 유대주의는 점차 생각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성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묻는다.
스스로가 정한 틀에 맞춰 이룬 국가 건설, 타민족에 대한 배타성은 오로지 모계혈통에 의해서만 인정되는 점들과 귀화 법에 대한 이중성의 잣대, 결정적으로 이스라엘 사회 스스로가 선택된 백성이란 이미지를 벗을 용기는 있는지, 자신들을 고립시키는 일련의 정책들을 과감히 탈피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저자는 부정적이다.)
읽으면서 비단 유대민족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닌 단일민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도 떠올랐다.
역사를 생각해보면 숱한 전쟁을 치렀던 고대의 전쟁들 과정에서 순수 혈통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 민족이란 이름과 민중에 대한 의미는 과연 한 나라의 국민에게 부여되는 정체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더 나아가 나와 다른 민족이라면 배제를 시키는 일련의 정치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유대인이란 신화, 그들의 역사가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이념으로 무장한 채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의 정당화와 폭력적 패권주의를 드러낸 부분들은 되려 반 유대주의로 보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점이 현실적인 자각심을 드러낸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많은 사료 자료를 통해 드러난 만들어진 유대인의 역사, 다른 관점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접기
북노마드 2022-02-08 공감(5) 댓글(0)
Thanks to
공감
만들어진 유대인
우치 공산주의자 아들, 바르셀로나 출신의 아나키스트의 사위, 팔레스타인의 민족 시인의 친구, 이스라엘 비유대인 학생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파리의 대학에서 부계 혈통 유대계 소녀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친 교수, 이것이 저자의 정체성이다.
저자가 이스라엘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이 책은 성서를 비롯해 그동안 유대인들이 민족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저술했던 저작들을 시대순으로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고고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를 통해, 심지어 생물학까지 끌어와 그들이 어떻게 단일 민족의 정체성과 시오니즘을 체계화하고 이데올로기로 정착시켰는지 서술한다. 또한 다양한 사료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객관적 근거를 들어 만들어진 신화와 역사의 오류를 짚어낸다.
많은 유대인들은 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채우게 된 까닭은 히틀러가 저지른 만행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 유랑민족은 팔레스타인을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땅이라고 여기며 그곳에 자신들만의 나라를 세우고 성서적으로 부흥을 이룰 것이기에 이 지역을 정복하기 위해 벌인 전쟁들을 정당화했다. 이러한 계보는 기억의 구성자들이 19세기 후반부터 시작해 층층이 쌓아올린 것이고, 그 기억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유대 역사학과들의 고집스런 배타성 때문에 유대인의 기원과 정체성을 냉철하게 조사할 새로운 역사학이 나올 길은 막혀있다. 이스라엘 역사가들에게 유대인이란 '이천 년 전에 추방된 민족의 후손'이다.
민족의 탄생은 역사적으로 발전인 것은 틀림없지만 순수하게 자발적인 발전은 아니다. 집단 충성심이라는 추상적 감정을 강화하고, 단일하고 확고한 실체로 거듭나기 위해 통합적인 집단 기억을 만들어 냈다. 민족은 이데올로기이자 정체성이다. 민족주의가 승리를 거두고 패권을 잡은 것이 근대 들어와서라는 점은 분명하다. 민족주의는 근대에 만들어진 기초적 권력 관계를 뛰어넘는 지적.정서적 현상이다. 서구 자본주의 발전 단계에서 시작된 다양한 역사 과정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모든 집단화 방식을 아우르고 다양한 요구와 기대에 해답을 주는 이데올로기이자 정체성이었다.
ㅡ
4세기 초 그리스도교가 승리를 거두고 로마제국의 종교가 되자 원래부터 예루살렘 외부에 거주하던 유대교 신자들마저 유배를 신의 징벌로 보는 관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념이 세계 곳곳에 있는 유대인들의 존재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 속에 깊이 자리하게 되었다. 유대인이 예루살렘 추방자의 후손이라는 주장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그것만이 유대교인이 '선택받은 백성'이라는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대인 즉 유랑민으로 보는 한 구세주가 부활하여 은총을 내렸다는 그리스도교적 관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유배란 종교적 카타르시스의 한 형태였고, 유배란 장소적 의미를 넘어 아직 구원이 오지 않았다는 상황적 의미를 갖는 관념이었다.
여기에서 오는 모순은, 예루살렘에서 평생 유대인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목적으로 집단이주를 감행하는 것은 이 종교의 관념(유배, 유랑)에 반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며, 그래서 구원을 재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대교인들에게 유배란 현존하는 물리적 세계 전체를 규정짓는 상황이었다. 1920년대에 들어 미국 국경이 닫히고 나치의 참혹한 학살이 시작되자 그제서야 영국 위임통치하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다. 유대인들은 그 긴 세월동안 고향땅에서 강제로 추방당한 적도 없으며, 자발적으로 돌아간 일도 없었다고.
ㅡ
그레츠, 두브노프, 배런 등 유대인 및 시오니스트 역사가들도 민중 전체의 유배나 강제추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고, 강제추방을 성전파괴와 연결짓지 않았다. 강제추방 없는 유배의 시작점은 아랍이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정복한 7세기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기나긴 유배의 시간은 실제로는 더 짧았다는 것. 그런데 디누어가 스스로 역사에 수정을 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연대기적으로 맞지 않아 역사에 대한 지나친 왜곡이 불러올 이후 역사의 모순된 문제점과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민족 소유권 주장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유배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
저자는 아랍 국가들이 1947년 유엔의 분할 결의안을 받아들이기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이제 막 세워진 유대인 국가에 합동 공격을 개시한 것이 오히려 이스라엘이 자리 잡는 것을 도와준 셈이 되었다면서, 전쟁이 없었더라면 약 9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피난가거나 추방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땅이 '유대 민중'의 역사적 유산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원칙을 공고화시키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십만 명의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죄책감 없이 거부할 수 있게끔 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저자의 말대로 시오니스트들은 과연 그 땅에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롯한 아랍인들을 진정한 자국의 국민으로 받아들였을까라는 점이다. 1947년 결의안은 두 국가에 남는 소수자들에게도 반드시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였고 유엔 가입 조건으로 내걸었다고하지만, 법적으로 이스라엘 국민일뿐 땅을 몰수 당하고 군정 통치와 가혹한 규제 하에 둔 것을 감안한다면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나? 또한 '선택받은 종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시오니스트 정치가들이 아랍인의 개종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결국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지 않았을까? 아니면 자신들이 유럽에서 겪었던 또다른 '게토'를 팔레스타인에 만들었을려나.
'유대 민족은 존재하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이스라엘로의 이주는 역전되었다고 한다.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이들보다 떠나는 이들이 더 많다고. 저자는 오늘날 시오니스트 논리의 약점은 이 복잡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으며, 미래에 '에트노스'에 입각한 유대인은 인류 전체로부터 고립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저자는 아랍 국가들이 1947년 유엔의 분할 결의안을 받아들이기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이제 막 세워진 유대인 국가에 합동 공격을 개시한 것이 오히려 이스라엘이 자리 잡는 것을 도와준 셈이 되었다면서, 전쟁이 없었더라면 약 9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피난가거나 추방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땅이 '유대 민중'의 역사적 유산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원칙을 공고화시키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십만 명의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죄책감 없이 거부할 수 있게끔 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저자의 말대로 시오니스트들은 과연 그 땅에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롯한 아랍인들을 진정한 자국의 국민으로 받아들였을까라는 점이다. 1947년 결의안은 두 국가에 남는 소수자들에게도 반드시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였고 유엔 가입 조건으로 내걸었다고하지만, 법적으로 이스라엘 국민일뿐 땅을 몰수 당하고 군정 통치와 가혹한 규제 하에 둔 것을 감안한다면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나? 또한 '선택받은 종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시오니스트 정치가들이 아랍인의 개종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결국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지 않았을까? 아니면 자신들이 유럽에서 겪었던 또다른 '게토'를 팔레스타인에 만들었을려나.
'유대 민족은 존재하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이스라엘로의 이주는 역전되었다고 한다.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이들보다 떠나는 이들이 더 많다고. 저자는 오늘날 시오니스트 논리의 약점은 이 복잡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으며, 미래에 '에트노스'에 입각한 유대인은 인류 전체로부터 고립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의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바와는 다르게 고대 유대교는 번성했던 일류 종교였고, 유럽과 아시아를 포괄하는 범대륙적 종교였음에도 시오니스트들이 채택한 정체성은 '유랑 민족'이었다. 역사를 철저하게 재구성한 시오니스트들은 자랑스러운 자신들의 역사를 숨기고 조작하는 행위에 자괴감을 느끼지 못했을까? 그리고 (유대인들이 읽으면 돌 날아올 말이지만)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행위는 안타깝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시작과 아주 흡사하다. 그렇다면 과연 홀로코스트가 팔레스타인 식민 전쟁의 명분이 될 수 있는가? 물론 홀로코스트는 명백히 처벌받아야 할 잔악한 범죄다. 그러나 이것이 피해자였던 그들이 다른 피해자를 양산해내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왜 굳이 자신이 속한 '민족'과 국가를 대상으로 오류와 과오를 짚어가며 이토록 길고 냉철한 글을 써내려 간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비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분열을 조장하고 억합하는 자국이 미래에 인류로부터 소외당할 것이라고 예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세계 각국에 있는 시오니즘을 지지하는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 연대를 표명하지만,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큰 관심이 없으며, 유대인이지만 거주하고 있는 나라에서 일상적 차별과 소외와 억압을 겪고 있지 않기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버리고 이스라엘로 이주해 오지 않는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35세 이하 유대인 가정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고 있고, 이스라엘과의 연대는 오직 60대 이상에서만 안정적이고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데이터가 '디아스포라' 로 대변되는 힘이 영원히 이스라엘로 유입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또한 오랜 갈등을 해결하고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긴밀한 공존 관계를 엮어나가기 위한 해법을 제안하고 당부한다. 이것이 저자가 자국민들과 정부에게 전하는 '애국'의 방식일 것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유대인(교)의 역사의 변화, 그리고 아라비아반도, 북아프리카, 이베리아반도, 동유럽 등에서의 유대인들의 기원과 현재는 사라져버린 개종자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한다. 유대인이지만 마치 외부자의 시선으로 쓴 이런 문헌은 쉽게 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근본주의 정체성 측면에서 봤을 때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민족 서사에 대한 집착하는 이들이 읽어보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머리말에서 썼던 이스라엘의 변화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접기
사율 2022-02-08 공감(5) 댓글(0)
Thanks to
공감
놀라운 책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역사학과교수 슐로모 산드의 이 책 “만들어진 유대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용기에 놀랐고, 이 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정말 크겠구나 또 협박도 많이 받았겠구나 싶었다. 저자는, 세계 제 2차대전과 러시아 혁명을 통해 고향을 떠나야했던 유대인들이 1948년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단일유대민족’으로의 이데올로기 생성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유대민족의 ‘유배-귀향’ 모티브를 강조해야했고, 그를 위해 역사를 왜곡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폭로한다. 그 결과 국민의 1/4에 해당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국민의 소외현상으로 이어진 현실을 고발한다. 이는 함께 살아가야하는 이스라엘 국민간의 갈등뿐아니라, 주변 아랍국과의 첨예한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산드교수가 밝히는 내용들은 이후 고고학, 생물학 등에서 그 증거가 제시된다. 그는 19세기 내셔널리즘 흐름 속에서 ‘유대 민족’이 발명되고(1장 민족 만들기), 신화였던 구약 성서가 유대 역사로 탈바꿈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2장 역사가 된 신화), 지금은 금기시되는 ‘개종’을 통한 유대교의 확산 (3장 너무 많은 유대인, 4장 침묵의 왕국들) 의 역사를 알려준다. 5장 구별하기에서 저자는, 폐쇄적인 ‘유대 민족주의 정체성’을 가진 이스라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주석을 빼고도 583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 속에, 반대파의 주장도 촘촘히 실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객관성을 보여준다.
독특한 시각의 역사서를 읽었다. 역사서이면서 사회과학서이기도 하다.
성경을 읽을 때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성경은 각종 조언을 비유를 통해 기술한 것으로 여기고 역사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로 인정한다는 것을 듣고,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와 접목된 고조선과 같은 경우인가 생각했었다. 또한 지구상에 퍼져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숫자가 정말 많다는 생각도 했었다. 교육 등 본받을 만한 관습(탈무드 등) 을 포함한 많은 것에 질문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순전히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내내 우리나라의 미래도 보이고 걱정이 된다. 단군이래 단일민족의 기치를 치켜들고 있는 우리나라, 지금은 더이상 단일민족이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내내 그 자리인 듯 싶다. 우리 또한 유대민족 못지 않게 배타적이므로. 이미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있는 외지인들, 그리고 그 2세, 3세들, 우리는 어떤 자세로 그들을 안아야하는가.
추천.
‘한때 풍부한 상상력의 도움으로 이스라엘 사회를 창조하게 한 역사적 신화는 이제 이 사회의 붕괴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p583)’ ‘ 그만한 상상력을 아낌없이 동원해 다른 미래를 창조해보는 건 어떻겠는가?(p563)’
- 접기
튜울립 2022-02-17 공감(5) 댓글(0)
Thanks to
공감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