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16, 2026

Nam-sik In - [이란은 어디로?]

(4) Nam-sik In - [이란은 어디로?] 2009년 가을 이란에 있었다. 정세는 급박했다. 그 해 6월 대선... | Facebook

[이란은 어디로?]
2009년 가을 이란에 있었다. 정세는 급박했다. 그 해 6월 대선 결과로 인해 혁명이후 최대 시위가 시작되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바시지 민병대의 발포로 시위현장을 지켜보던 26세 여성 뮤지션이 사망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전개되었다. 공식 집계로 72명이 사망한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실제로는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도 전해진다. 이듬해까지 시위는 계속되었고, 이를 페르시아의 봄 또는 녹색혁명이라 부른다. 결국 페르시아의 봄은 다시 겨울이 되었고, 녹색혁명은 미완으로 끝났다. 다시 이란 신정체제는 강고한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1. 체제 유지 요인: 저항의 리더 부재
당시 어쩌면 붕괴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이란 체제가 버틸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시위를 결집시킬 리더의 부재였다. 야당 지도자이자 대선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가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 거리에 나서지 않았다. 물론 가택 연금 상태에서 체제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여성과 학생들이 무사비가 대통령이어야 한다며 죽어가는 상황이었다. 정작 당사자는 '녹색 희망'을 이야기하며 붉은피를 회피했다는 시위 군중들의 항의가 기억난다.
이번 시위를 보면서 체제에 저항하는 힘을 하나로 모아낼, 즉 집광 볼록렌즈같은 이가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2009년 녹색혁명 때는 무사비라도 있었다. 이번엔 개혁파들도 체제 내에서 온건한 목소리를 낼 뿐, 근본적 변혁을 주장하며 체제와 마주서는 유력 인사가 없다. 그렇다면 쉽지 않다. 망명 팔레비 왕가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군불 때는 이들이 있으나 아직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다.
2. 체제 붕괴 요인: 시위의 성격 (정치 시위 아닌 생존 시위)
그런데... 2009년과는 완연히 다른 체제 붕괴요인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란의 굵직굵직한 시위는 대개 정치시위였다. 선거를 하고, 국민들의 의사소통이 자유롭다보니 비록 억압적 체제라 하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 있었다. 다만 체제를 뒤집어 엎자는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서구의 가식을 알기 때문에, 이란의 하이브리드 신정공화국 체제 자체의 제도적 흠결을 따지지는 않았다. 다만 부정과 부패, 무능, 선거개입 등의 이슈가 핵심이었다.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불량착용 시비로 인한 의문사는 사회 균열의 단초였다. 먼저 젠더시위를 촉발했다. 그리고 20대 여성의 죽음에 분노한 젊은 세대들이 거리로 나왔다. 세대시위가 되었다. 젊은 남성들도 체제에 의해 형장에서 죽음을 맞았다. 쿠르드와 발로치스탄 등 소수민족들도 술렁거렸다. 민족시위까지 갔다.
그 때 이렇게 글 쓴 적이 있다. 젠더시위가 세대시위가 되고 소수민족 시위가 되었는데... 이게 계급 또는 생존의 시위가 되는 순간 체제는 붕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금 바로 그 지점에 와 있는 셈이다. 빈자들이 거리로 나서면 막을 재간이 없다. 여기에 이란 경제의 또하나의 주역 바자르 상인까지 나선 상징성이 크다. 그들은 혁명의 허리이기도 했다. 정치시위는 정치적 수단으로 막으면 된다. 그러나 경제시위는 경제적 산출물로 막아야하는데, 딱히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여기에 사회균열 및 안보불안 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수단 동원도 마땅찮다. 무엇보다 노쇠한 하메네이의 정치력은 이전 같지 않다.
3. 불만심리 추동 요인: 국가의 자존감 추락 (외교, 안보, 국가위신)
제재 속에서도 국민들이 그나마 여기까지 묵인(?) 하며 버틴 것은 그래도 이란혁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자존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존을 염려해야 하는 경제난 속에서 지금은 그 자존감을 부여잡기엔 이미 늦은듯 보인다.
2009년에 비해 경제는 추락했다. 아예 비교불가다. 중산층은 붕괴했고, 빈민들은 보조금 삭감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외부 억압 탓을 해왔으나, 내부의 무능과 부패에 대해 국민들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9년에 비해 외교도 흔들린다. 이란을 주변에서 옹위하던 프록시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공을 들이며 돌봐주었으나 속절없이 붕괴했다. 없는 형편에 아사드 정부에 대한 이런저런 차관과 지원을 물경 300억달러 깔아놓았는데 그대로 미수처리될 판이다. 알샤라 신정부는 이란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두로 정권의 붕괴로 베네수엘라에서 받을 돈 20억달러도 그대로 묶여버렸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에 퍼주었던 돈은 얼마인지 가늠할 수도 없단다. 비국가 단체이기에 통계에 아예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자국민 우유 살 돈도 모자라는 판에 주변에 '혁명 이념 수출'을 명분으로 돈을 뿌린 셈이다. 그나마도 망했거나 망하고 있는 상대들에게.
미국, 유럽과 척지면서 거의 유일하게 기댈 상대인 중국과 러시아도 만만찮다. 중국은 자국이 주로 사주는 이란산 석유대금 지불기한을 마음대로 연장하고, 그나마 가격도 후려친다. 상대국의 위기를 이용하는 셈이다. 그것도 현물상환하겠다고 나서다보니 이란의 자존감은 바닥이다. 전쟁중인 러시아도 이란에 도움이 될 판이 아니고.
2009년에 비해 안보는 어떤가. 위세를 떠는 혁명수비대는 수년전 미사일 오발로 우크라이나 민항기를 격추시키지 않나, 자국 대통령 1호 헬기가 추락하지 않나, 작년에는 미-이스라엘의 공습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방공망은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믿을 수 없는 형편이다. 민항기도 마찬가지다. 자국의 영공은 에미레이트나 터키 항공 등 유수의 해외 항공기들이 날아다니는데 제재로 인해 정비의 어려움을 겪는 이란항공은 해외로 제대로 날지 못한다. 제국의 후예들은 하늘위로 날아다니는 타국의 민항기나, 적국에서 날아오는 전폭기와 미사일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이스라엘의 휴민트 및 5열 공작원들이 테헤란 한복판, 그것도 안전시설에서 주요인사들을 표적 사살해도 속수무책이다.
이정도면 망하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다. 먹고살기 힘든데다, 나라의 안보도 엉망이고, 외교도 작동하지 않는 국제 왕따 신세라면 가만히 있을 동력이 무엇이겠는가.
4. 다시 1번으로 돌아가서.
이란 정치변동의 물적 조건은 이미 충족에 가깝게 다가갔다. 아니 충분히 선을 넘었다. 그러나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이끌어갈 리더십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어떻게 될까?
이란의 안보기관 (security appratus)은 여전히 강고하다. 나서서 순교자를 자처할 반체제 리더가 없다면 순수한 대중들의 저항으로만 체제를 무너뜨리는 임계점을 넘을 가능성은... 글쎄... 반반이다.
(이제부터 가설임)
이 시점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그의 그룹들을 주목해보고 싶다. 특히 아락치 외교장관 등 개혁파 각료들이 어떤 형태로든 중재안을 만들면서 정치적 게임에 나서는 그림을 상상해본다. 물론 현 정부는 무능했다. 그러나 항상 최고지도자 및 이란권부는 선출직 대통령과 내각을 정책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아왔다. 주요 의사결정은 자신들이 해놓고 책임져야할 사안에는 대통령을 들이미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징후가 보였는데 특이한 점도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시위는 정당하며, 국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는 입장을 발표한바 있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수정과 함께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최고지도자 그룹의 보수 성직자들은 이 모든 일들이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의 음모로 인해 벌어졌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시위대 속에 이스라엘 첩자들이 숨어서 폭력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다수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시위 양상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군중들의 불만이 'death to dictator'라는 구호로 쏟아져나온다면, 차제에 이란 혁명 체제는 유지하더라도 선출직 (공화국) 인사들로 권력의 추가 이동하게 만들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물론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현 시스템은 대통령과 각료들이 성직자 권부에 완전히 복속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변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세 차례 이상 언급했다. 마두로를 체포하고, 그 자리에 부통령 로드리게스를 내세우는 형태로 이란에서도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미국 바로 앞마당과 지구반대편 중동은 작전 난이도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페제시키안이나 로하니 전대통령, 자리프 전외교장관, 아락치 현외교장관 등은 미국과의 대화를 중시해왔던 터다. 미국 입장에서는 어쩌면 어떤 형태로든 이란내 주요인사와의 물밑 접촉을 시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한번 강조함. 뇌피셜임)
트럼프 입장에서 이란이 완전히 혼란으로 접어드는 것보다는, 뭔가 변화는 있는데 형식은 유지되면서도 이란핵합의 등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형태의 결과가 나온다면 반색할만하지 않을까? 급변사태시 하메네이 유고후,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옹립하되 힘을 확 빼고, 개혁파 대통령 내각에 힘을 실어주는 공작... 왕정복고도 답이 아니고, 그렇다고 바로 세속주의 민주화로 가자니 첩첩산중이니 백악관의 전략가가 있다면 그런 그림을 그릴법하지 않을까? 관건은 페제시키안 또는 개혁파 진영의 반역(?)인데... 과연....
다만 지난 대선을 보면 최고지도자 입장에서 함부로 하기 힘든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 때 유권자들의 절반은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불참한 이들은 반체제 성향 또는 비판적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체제가 미는 보수파 인사가 당선되는 국면이었다. 그러나 결선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주장한 페제시키안이 당선되었다. 1차투표에서도 1등이었다. 이 말은 이란의 침묵하는 다수 유권자들이 이미 최고지도자 체제에 대해서 비토했음을 미한다. 이 구도를 어떻게 체제 변화로 연착륙 시킬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5. 개인적 고민
중동관련 교과서 집필을 마무리하고 최종 교정중이다. 정치관련 챕터 중 핵심이 이란인데...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이란 국내정치는 물론 중동 국제정치 챕터까지 자칫 다 다시 써야할 판이다.
그렇다고 이란 국민들의 저항과 염원이 무기력하게 좌절되기를 바랄 수는 없고. 이 생각 저 생각에 교정이 손에 안잡힌다.
주말 아침 뉴스 지켜보다가 아내에게 넋두리 했더니...
"일단 그대로 내고, 독자들에게는 페북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고 공지하면 되잖아"라고 했다.
Kwonsun Park
역시 , 여성분이 남성분보다 똑똑하다는 진리가 적용?
  • Reply
  • Edited
Alexander Park
아내느님의 말씀은 진리의 말씀이죠 ㅡ.ㅡ;;
Sung Moo Lee
그분께서 말씀하셨네요.^^
통찰력있는 글, 감사합니다
Sangwook Kim
바로 옆에 현자를 두고계신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ㅎㅎ
늘 좋은 글들 잘보고 있습니다.
저랑 거래하던 이란 파트너들도 다 두바이로 옮겨온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친절하고 선량한 이란 국민들에게 평화로운 시간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이은형
암울하네요. 이란 사람들.
Youngho Youn 
기다렸던 글 감사히 읽었네요. 🙏
Youngho Youn 
팔라비는 대안이 안되나요? 생긴건 비교적 멀쩡하더군여
정현석
매번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이란인들 중에는 이참에 이슬람 혁명정부가 무너지고 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공화정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든 이란 국민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아닐지라도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은 많은 이란인들이(특히 젊은 층)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현재 시위대의 구심점이 없어 과거 히잡 시위때처럼 결국 정권 교체까지 달성하지 못하거나 현 정권 붕괴 이후 신정부 구성까지 큰 진통이 있을수 있겠다는 걱정이 드는건 있지만, 제가 이란에 근무하며 만나고 겪어본 이란 사람들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지혜롭고, 또 이란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해 어떻게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이란은 유구한 역사와 문명, 지리적 아름다움, 그리고 자원면에서도 많은 축복을 받은 나라인데 현대에 와서 저리 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올해는 이 시끄러운 중동에 평화와 이해, 안정이 깃드는 한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Nam-sik In
정현석 맞습니다. 가지고 있는 물리적 잠재력을 능가하는 인적 자원의 힘을 가지고도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기 힘들죠. 혁명의 이상은 숭고했는지 모르나 정치 실패라고 봅니다. 경제난의 원인은 제재 + 부패 네트워크인데 체제 전환없이 과연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Lim Myungmuk 
많은 사람들이 이란이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와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물론 다를 수도 있지만, 정말이지 끔찍한 상상이라 그 가능성에 배팅하는 일도 저는 피하고 싶네요.
Kim Jibang
마지막 줄 때문에 웃겨요 눌렀습니다.
천명진
감사합니다
백성진
사모님의 지혜는 솔로몬 보다 탁월합니다. ㅎㅎㅎ
남민우
사필귀처, 인명재처, 진인사대처명.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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