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9, 2026

이란 전망 보고서: 붕괴 임박했나? < 더칼럼니스트

이란 전망 보고서: 붕괴 임박했나? < 글로벌 < 칼럼/에세이 < 기사본문 - 더칼럼니스트



기자명이근윤 사우디 사업가 겸 칼럼니스트
글로벌
입력 2026.01.11 13:44
수정 2026.01.14 09:05
이란 전망 보고서: 붕괴 임박했나?
[사우디 사업가 이근윤의 중동이야기]
환율 천정부지..."빵을 달라" 국민 분노
'경제 붕괴' 이란, 국민들 전복 원해
3대 정치권력, 사태 해결력 안보여
하메네이 약화, 권력내 파벌 뚜렷
사우디, 이스라엘, 미국 "각각 셈법"
덩샤오핑식 개방이냐, 시리아식 붕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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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문명의 기억과 체제의 위기

11세기 코르도바 칼리파국(國)은 단순한 번영의 상징이 아니었다. 이슬람 통치 아래에서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 학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번역하고 천문학을 논의하며 의학을 발전시켰던 지식의 요람이었다. 이 개방성은 훗날 유럽 르네상스의 토대를 마련했다. (관련 칼럼: 중동, 11세기 코르도바의 '평화와 공존' 재현할까)

그러나 2026년 1월 현재, 페르시아 문명의 후예인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에서 리얄화 지폐가 사실상 가치 없는 종잇조각처럼 취급되는 풍경은 단순한 경기 침체의 징후가 아니다. 이념이 현실을 압도하고, 신정(神政)이 민생을 외면할 때 국가가 어떻게 자멸의 궤도에 진입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IMF와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란의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4~2025년 기준 연 40% 안팎에 달했으며, 2026년에도 고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누적된 제재 압박의 고통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경제 위기는 정치적 지진으로 번지며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리얄화 붕괴, '국가 신뢰'의 파산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전형적 징후

2026년 1월 기준, 비공식 암시장에서 1달러당 리얄화 환율은 100만~140만 리얄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지난 2021년 JCPOA 탈퇴 직후 1달러당 약 4만 리얄 수준과 비교하면 수십 배의 가치 하락이다. 공식 환율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으며, 암시장 환율이 사실상 실질적인 가격 결정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경제학자 필립 케이건이 정의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월 물가 상승률이 50%를 초과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란의 경우, 공식 통계와는 별개로 2025년 식료품과 필수재의 체감 인플레이션은 연 50~60%를 상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화폐의 세 가지 기본 기능- 교환 수단, 가치 저장, 가치 척도- 은 사실상 붕괴했다.

테헤란 상인들은 더 이상 리얄화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금화인 바하르 아자디(Bahar Azadi), 달러, 실물 자산으로 거래를 대체한다. 월급을 받은 노동자들은 급여가 입금되는 즉시 내구재나 외화로 전환하는 행동을 일상화했다. 이틀만 지체해도 구매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은행과 여러 연구기관 추정에 따르면, 이란의 실질 GDP는 2017년 대비 최소 25~30% 이상 위축된 것으로 평가되며, 올해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
이란 시위는 지난해 12월 28일 테헤란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란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대한 대중의 분노가 시위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세 가지 원인: 제재, 전쟁경제, 부패

리얄화 붕괴는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니다.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각각은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첫 번째 원인은 제재의 구조적 고착화다. JCPOA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동된 '최대 압박 2.0' 전략은 단순한 제재 복원이 아니라, 이란을 국제 금융 인프라에서 장기적으로 격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WIFT 차단은 기본이고, 제3국 은행이 이란과 거래할 경우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되는 세컨더리 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과 터키조차 공식 거래를 대폭 축소했다.

이란산 석유는 여전히 팔린다. 하지만 그것은 밀수 형태로, 주로 중국 산둥성의 독립 정유사들을 통해 유입된다. 문제는 결제 방식이다. 물물교환이나 제한적 암호화폐 사용에 의존하기 때문에 외화는 이란 중앙은행의 공식 외환보유고로 유입되지 않는다. IMF와 서방 정보기관 추정에 따르면, 이란의 가용 외환보유액은 100억 달러 미만으로 평가되며, 이는 수입 3개월치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외환이 고갈되는 순간, 수입품 가격은 폭등하고, 화폐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붕괴한다.

두 번째 원인은 전쟁 경제의 자가증식이다. 이란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 이른바 '저항의 축'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을 유지해 왔다. 연도별 변동은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지원 규모를 연간 수십 억 달러에서 최대 1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란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 전쟁 경제가 더 이상 전략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거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란에게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지역 억지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2023~2024년 이후 하마스의 군사력은 크게 약화되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전쟁 경제는 점차 외부 전략 자산이 아니라, 혁명수비대의 조직적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내부 투자로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이란 국민에게 전가된다. 테헤란의 교사와 노동자들은 가자지구에 쏟아지는 자금을 보며 "우리 아이들의 빵은 어디 있는가"라고 묻는다.

세 번째 원인은 군사-신권 복합체의 구조적 부패다. 이란 경제는 혁명수비대와 종교재단이 직접·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다양한 추정에 따르면, 이들이 경제 전반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60~80%에 달한다.

혁명수비대 산하 카탐알안비야 건설 본부는 명목상 군사 조직이지만, 실제로는 이란 최대의 건설·에너지 사업자다. 댐을 짓고, 도로를 건설하며, 가스관을 설치한다. 공개 입찰 없이 정부 계약을 독점하며, 재무제표는 공개되지 않고, 의회 감독도 받지 않는다. 종교재단인 아스탄 쿠드스 라자비 역시 막대한 자산과 수익을 보유하지만, 재정 투명성과 과세 의무에서는 예외적 지위를 누린다.

이 구조 속에서 생산성은 억제되고, 자원 배분은 왜곡되며, 부패는 예외가 아닌 시스템 자체가 된다. 민간 기업은 진입할 수 없고, 외국 투자자는 누구와 거래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경제는 마비되고, 국민은 빈곤해진다.

이란 혁명 직전 팔레비의 왕까지 등장했고, 시위대 일부는 팔레비의 귀환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동영상=채널A 뉴스

분열된 테헤란: 하나의 국가, 세 개의 권력 계산서

경제 붕괴 앞에서 이란의 권력 엘리트는 더 이상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체제 내부의 분열은 단순한 정책 차이가 아니라, 생존 전략의 근본적 갈등이다. 각 권력 주체는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으며, 그 계산의 합은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다.

페제시키안 대통령: 실용주의자의 고립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2024년 대선에서 "대화와 개방"을 내걸고 당선된 개혁 성향 대통령이다. 심장외과 의사 출신인 그는 정치인이라기보다 기술관료에 가깝다. 수술실에서는 이념이 아니라 사실이 중요하고, 주문이 아니라 기술이 생명을 살린다. 그의 진단은 명료하다. "서방과의 대화 없이는 생존도 없다." (관련 칼럼: 28일 이란 대선, 강경파가 다시 득세할까)

그가 추진하려는 것은 JCPOA 재협상, 제한적 경제 개방, IMF와의 협력이다. 이는 혁명의 포기가 아니라 체제 연명 전략이다. 그는 '이란판 덩샤오핑'이 되려 한다. 혁명의 이념은 유지하되, 경제는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신권 체제는 그대로 두고, 시장만 열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보수 강경파는 그를 "서방의 앞잡이", "혁명의 배신자"로 낙인찍는다. 개혁파와 시민사회는 "너무 늦었다", "너무 소심하다"며 냉소한다. 그는 의회에서 소수파이며, 예산안 통과조차 어렵다. 장관 임명은 반대에 부딪히고, 정책 제안은 무시된다. 그의 개혁안은 하메네이의 승인 없이는 실행 불가능하지만, 하메네이는 침묵한다.

페제시키안은 역사의 십자로에 서 있다. 그는 중동의 고르바초프가 될 수도 있고, 체제 위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을 개혁하려 했지만, 결국 소련을 해체시킨 인물로 기록되었다. 페제시키안도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고르바초프와 달리 하나의 불리한 조건이 더 있다. 시간이다. 역사는 그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거리의 군중은 이미 기다림을 멈췄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통제력의 자연 축소

알리 하메네이는 여전히 이란 정치의 상징적 중심이다. 1989년 호메이니 사후 최고지도자가 된 그는 35년 이상 권좌를 지켜왔다. 그의 한마디는 법이고, 그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대통령도, 의회도, 군부도 그의 승인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는 이제 85세다. 건강 악화설은 끊이지 않으며, 2014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빈도가 줄었다. 더 중요한 것은 후계 구도의 불확실성이다.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후계자로 거론되지만, 이는 신정국가의 세습을 의미하며 혁명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1979년 이란 혁명은 팔레비 왕조의 세습 군주제를 무너뜨린 혁명이었다. 그런데 혁명 체제가 다시 세습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혁명의 자기 부정이다.

반면 전문가회의를 통한 집단 지도체제는 권력 투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호메이니만큼 카리스마가 없는 하메네이 사후, 누가 최고지도자가 될 것인가? 보수파 내에서도 여러 파벌이 있으며, 각자의 후보가 있다. 권력 공백은 권력 투쟁으로 이어지고, 권력 투쟁은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하메네이가 외치는 '저항 경제'는 더 이상 경제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주문에 가깝다. 자급자족, 국산화, 제재 극복- 이 모든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행 가능한 구체적 정책이 부재하다. 경제학은 신학이 아니다. 주문으로 빵을 만들 수 없다. 기도로 석유가 나오지 않고, 구호로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

혁명수비대: 위기 일수록 번성하는 세력

역설적으로 경제 붕괴는 혁명수비대에게 기회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행위자이며,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위기 수혜자다. 그들은 위기가 깊어질수록 더 많은 권력을 축적하고, 더 많은 부를 독점한다.

그들의 수입원은 세 갈래다. 첫째는 밀수 네트워크다. 제재 하에서 모든 수입품은 밀수를 통해 들어온다.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라크 국경을 장악하고 있으며, 밀수품에 대한 "통행료"를 징수한다. 석유, 전자제품, 의약품, 사치품- 무엇이든 이란에 들어오려면 혁명수비대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들은 세관이자 물류업체이며, 동시에 마피아다.

둘째는 환전 독점이다.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격차는 혁명수비대의 수익 구조다. 그들은 정부 보조금이나 석유 수출로 달러를 공식 환율로 획득한 뒤, 암시장에 팔아 차익을 챙긴다. 환율 격차가 클수록 그들의 이익은 커진다. 따라서 그들은 환율 안정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불안정이 이익이다.

셋째는 준군사 기업이다. 건설, 통신, 석유 등 핵심 산업을 장악한 혁명수비대 계열사들은 경쟁 없는 독점 시장에서 작동한다. 입찰은 형식이고, 계약은 사전에 결정되며, 가격은 협상 불가능하다. 민간 기업은 진입할 수 없고, 외국 기업은 혁명수비대와 합작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 갈등이 내부 정당성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과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국내 불만은 외부 위협으로 전환된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는데,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배신이다"라는 논리가 작동한다. 혁명수비대는 평화보다 전쟁에서, 안정보다 위기에서 더 강해진다. 따라서 이스라엘과의 충돌 가능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키우는 세력이 바로 이들이다. 그들에게 평화는 위협이고, 전쟁은 기회다.
물가고에 항의하며 시위하는 국민들을 "폭도"라며 강경진압을 지시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 연합뉴스

시위의 변화: '존엄'에서 '생존'으로

시위의 언어적 전환

2022년 9월 마사 아미니의 사망 이후 전국을 휩쓴 시위는 '존엄'의 언어였다.(관련 칼럼: 이란 축구를, 이란 히잡시위를 응원하며)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는 정치적 권리, 개인의 자유, 종교적 억압에 대한 저항을 담았다. 히잡 착용 강요에 항의하고, 도덕경찰의 폭력에 분노하며, 신권 체제의 억압에 맞섰다. 이것은 중산층, 지식인, 청년층이 주도한 포스트모던적 시민운동이었다. 테헤란 북부의 카페에서 토론하고, SNS로 조직하며, 세계와의 연대를 호소했다.

그러나 2026년의 시위는 생존의 언어다. 구호가 바뀌었다. "시리아와 레바논은 잊어라", "가자는 우리 무덤이 아니다", "우리 아이에게 빵을 달라"- 이 구호들은 체제 비판을 넘어 '국가 우선순위'의 전복을 요구한다. 더 이상 이념적 정당성을 묻지 않는다. 밥상을 요구한다.

언어의 전환은 단순한 수사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기반의 이동을 의미한다. 2022년의 시위가 권리의 언어였다면, 2026년의 시위는 필요의 언어다. 권리는 협상 가능하지만, 필요는 협상 불가능하다. 자유는 유보할 수 있지만, 배고픔은 유보할 수 없다.

체제 전복을 원한다

2022년 시위는 테헤란 북부의 중산층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대학생들이 캠퍼스에서 히잡을 벗고,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저항하며, 전문직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체제를 비판했지만, 여전히 체제 내에서 협상 가능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시위는 남부 빈민가와 지방 소도시에서 폭발한다. 타브리즈의 실업자, 이스파한의 노동자, 아바즈의 영세상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일자리도, 저축도, 미래도 없다. 그들에게 체제 개혁은 사치다. 그들은 체제 전복을 원한다.

사회학자 찰스 틸리는 혁명의 조건으로 "집단적 박탈감"과 "정치적 기회 구조"를 강조했다. 집단적 박탈감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가 부당하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 정치적 기회 구조는 체제가 약화되어 저항이 가능해질 때 열린다. 2026년 이란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실업률은 공식 10% 정도지만, 비공식적으로는 20~30% 수준으로 추정된다. 월 평균 소득은 200달러 미만이며, 식료품 가격은 6개월간 50~60% 상승했다. 정부는 재정 위기로 보조금을 삭감했고, 빵과 연료마저 배급제로 전환되고 있다. 어머니들은 우유를 살 돈이 없고, 아버지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

이 지점이 위험하다. 인권을 외치던 군중은 대화의 여지가 있지만, 굶주린 군중은 타협하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은 계몽주의가 아니라 빵 부족에서 시작되었다. 러시아 혁명은 이념이 아니라 전쟁 피로와 식량 부족에서 촉발되었다. 역사는 배고픔이 어떤 이념보다 강력한 혁명의 동력임을 보여준다. 민심은 이제 개혁파도, 보수파도, 신권 체제 자체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먹고 살기를 원한다.

사우디는 침묵하고, 이스라엘은 조준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왜 관망할까

지난 2023년 3월, 베이징에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한 것이다. (관련 칼럼: 한국이 사우디 외교에서 배워야 할 점) 세계는 이를 중동 외교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시아파와 수니파, 페르시아와 아랍, 혁명과 왕정- 모든 대립 축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사우디는 조심스러운 침묵을 유지한다. 리야드에서 테헤란으로 축전도, 성명도 없다. 이란의 경제 위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며, 시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이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다. 계산이다.

리야드의 계산은 복잡하다. 이란 붕괴는 단기적으로 사우디의 지역 패권을 강화할 수 있다. 중동의 양대 라이벌 중 하나가 무너지면, 사우디는 유일한 지역 강국으로 부상한다. 걸프 국가들의 맹주로서 지위는 공고해지고,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레버리지가 커진다.

하지만 동시에 이란 붕괴는 사우디에게도 위협이다. 첫째, 난민 위기다. 이란이 붕괴하면 수백만 명의 난민이 파키스탄, 터키, 이라크를 거쳐 걸프 국가로 유입될 수 있다. 시리아 내전 때 유럽이 겪은 난민 위기가 중동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둘째, 종파 갈등의 확산이다. 이란 내 수니파 소수민족인 발루치족과 쿠르드족의 분리운동이 격화되면, 사우디 동부의 시아파 지역으로 파급될 수 있다. 사우디 동부는 석유 산지이자 시아파 주민이 밀집한 지역이다. 셋째, 해상 안보 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수송의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 붕괴로 해협이 불안정해지면, 사우디 석유 수출에도 직접적 타격이 온다.

따라서 사우디는 무관심이 아니라 위험 관리다.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이란의 점진적 약화를 선호하지, 급격한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기회의 창’을 계산한다

사우디가 이란의 붕괴를 두려움의 변수로 본다면, 이스라엘은 이를 전략적 기회로 해석한다. 네타냐후 정부에게 현재의 이란은 더 이상 “언젠가 위협이 될 잠재적 적(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약화시키지 않으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시간 제한형 위협”이다. 이스라엘 안보 엘리트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이 바로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다.

이스라엘의 전략은 전면전이 아닌, 체제의 숨통을 점진적으로 조이는 다층적 압박에 가깝다. 그 첫 번째 축은 사이버전이다.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와 같이, 이스라엘은 이란의 중앙은행, 에너지 인프라, 물류 및 전력 시스템을 표적으로 삼아왔다. 2024년 발생한 이란 전역 주유소 결제 시스템 마비 사태는, 물리적 폭격 없이도 일상경제를 얼마나 쉽게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사이버 공격은 단순한 기술적 교란을 넘어, “국가는 당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심리전의 성격을 띤다.

두 번째 축은 정보전과 심리전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내부의 균열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 왔다. SNS와 메신저를 통한 허위정보 유포, 체제 비판 여론의 증폭, 해외 반체제 인사 및 단체와의 비공식 접촉은 이미 중동 정보전의 일상적 도구가 되었다. 이는 체제 전복을 직접 주도하기보다는, 불신과 피로를 누적시켜 내부 붕괴의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세 번째이자 가장 위험한 수단은 제한적 군사 행동이다. 이스라엘은 수년간 시리아와 이라크 내 이란 군사 시설과 무기 수송로를 정밀 타격해 왔으며, 이를 ‘전쟁과 전쟁 사이의 전쟁(MABAM)’ 전략이라 부른다. 공식적으로는 전면전을 원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이란 본토의 핵 관련 시설에 대한 타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흘리고 있다. 이는 실제 공격보다도, 이란 지도부의 전략적 계산을 마비시키는 억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스라엘 안보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익명으로 언급한 “이란 체제가 내부에서 붕괴하는 것이 최선이며, 우리의 역할은 그 속도를 앞당기는 것”이라는 발언은, 이러한 전략적 사고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스라엘에게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전쟁이 아니라, 이란 스스로가 더 이상 외부로 힘을 투사할 수 없는 상태로 무너지는 것이다.
왼쪽부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미국, ‘압박’이라는 언어와 ‘개입’이라는 그림자

미국의 대이란 전략은 보다 복합적이며 모호하다. 행정부가 바이든 2기이든, 트럼프 2기이든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기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워싱턴은 이를 “더 나은 거래(Better Deal)”라고 부르지만, 테헤란의 시각에서 이는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항복 요구에 가깝다.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들은 이란 체제의 핵심 동력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우라늄 농축의 완전 중단, 혁명수비대의 역외 활동 종료,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그리고 국제 사찰의 무제한 허용은 모두 이슬람 공화국이 지난 40여 년간 구축해온 안보·이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라는 요구다. 이는 경제 제재 해제와 맞바꿀 수 있는 ‘정책 수정’의 수준을 넘어, 체제 정체성 자체를 문제 삼는 조건이다.

동시에 미국은 이란 내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이 발생할 경우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트럼프)”는 표현을 반복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다. 그러나 이 발언이 실제 군사 개입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이는 즉각적인 행동 의지라기보다, 이란 지도부를 향한 심리적 경고이자 외교적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레버리지로 해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워싱턴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경험 이후, 중동에서 또 하나의 대규모 지상 개입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부담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은 직접 개입보다는 제재, 외교적 고립, 동맹국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이란의 선택지를 점점 좁히는 방식에 가깝다. 문제는 이 과정이 이란 민중의 고통을 가중시키면서도, 체제 변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망: '코르도바'로 갈 것인가, '고립의 요새'로 남을 것인가

이란의 미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체제 내부의 대타협을 통한 점진적 개방이며, 다른 하나는 강경화의 가속을 통한 혼란과 분열이다. 두 길 모두 쉽지 않지만, 전자는 국가를 살리고 후자는 국가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시나리오 1: 체제 내 대타협- 21세기형 코르도바 모델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이란이 체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현실주의를 수용하는 경로다. 이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온건 보수파 사이의 연합에서 출발한다. 페제시키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에게는 의회 다수도, 군부 지지도, 종교 권위도 없다. 하지만 보수파 내에서도 경제 붕괴를 우려하는 실용주의 세력이 존재한다. 전 대통령 라프산자니(Rafsanjani) 계열의 기술관료들, 일부 개명한 성직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손실을 보기 시작한 바자르 상인 계급이 그들이다.

이 시나리오가 작동하려면 하메네이의 제한적 승인이 필수적이다. 그는 여전히 최종 권위자이며, 그의 동의 없이는 어떤 구조적 변화도 불가능하다. 다행히- 혹은 불행히- 그의 건강 악화는 역설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가 실질적 권력을 후계 그룹이나 전문가회의에 위임하게 될 경우, 집단 지도체제는 오히려 대타협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적 권위는 타협을 어렵게 만들지만, 집단의 실용적 계산은 타협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미국과의 빅딜 타결이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일정 수준 이하로 동결하고, 지역 내 군사 활동을 제한하며, 국제 사찰을 수용한다. 대신 미국은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동결된 이란 자산을 해제하며, 석유 수출을 허용한다. 이것은 JCPOA의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협상이다. 더 제한적이지만, 더 현실적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혁명수비대의 경제적 특권을 부분적으로나마 제한하는 것이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의 심장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양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면 그들이 지배하는 자산도 가치를 잃는다. 종이 위의 독점권은 구매력이 없는 화폐만큼 무의미하다. 따라서 외부 투자 유치와 경제 정상화를 조건으로, 혁명수비대는 일부 산업- 특히 제조업과 소비재 부문- 에서 민간 부문의 진입을 허용할 수 있다. 이것은 완전한 자유화가 아니라, 통제된 부분 개방이다.

이 경로가 성공한다면 결과는 극적이다. 제한적이나마 경제가 개방되고, 유럽과 아시아의 기업들이 다시 테헤란으로 돌아온다. 석유 수출이 재개되면서 외환이 유입되고, 중앙은행은 환율을 안정시킬 수단을 확보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점차 진정되고, 리얄화는 신뢰를 회복한다. 시장에 빵이 돌아오고, 거리의 분노는 잦아든다. 지역 내에서도 긴장이 완화된다.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 위험이 줄어들고, 사우디와의 관계는 더욱 정상화된다.

역사는 이런 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1978년 중국의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혁명 유산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공산당 일당 지배는 유지되었지만, 경제는 자본주의적으로 작동했다. 1991년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베트남은 여전히 공산당이 통치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신흥 시장 중 하나가 되었다.

이것이 '21세기형 코르도바 모델'이다. 체제의 정체성은 보존하되, 외부 세계와의 지적·경제적 교류는 개방하는 것이다. 신권 정치는 유지되지만, 경제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는 혁명의 포기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선택이다.

시나리오 2: 강경화의 가속- 혼란과 분열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이란이 타협을 거부하고 강경화의 길로 나아가는 경우다. 이 경로는 다시 두 가지 하위 궤적으로 나뉜다. 하나는 위로부터의 억압 강화이며, 다른 하나는 아래로부터의 붕괴다.

첫 번째 하위 경로는 군부 쿠데타 또는 혁명수비대의 직접 통치다. 페제시키안의 개혁 시도가 실패하거나 너무 급진적으로 보일 경우, 혁명수비대 강경파는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이란 헌법상 대통령은 선출직이지만, 실질적 권력은 최고지도자와 안보기구에 있다. 만약 하메네이가 사망하거나 무능력 상태가 되고, 후계 구도에서 혼란이 발생한다면, 혁명수비대는 "혁명 수호"를 명분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페제시키안은 실각하거나 상징적 위치로 전락한다.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시위는 무력으로 진압된다. 인터넷은 차단되고, 언론은 완전히 통제되며, 반체제 인사들은 대규모로 체포된다. 이란은 완전한 고립주의로 전환하며, 북한형 폐쇄 경제 모델을 따르게 된다. 자급자족 경제, 배급제, 사회 통제의 극대화가 뒤따른다.

동시에 핵무기 개발이 가속화된다. 외부 압박에 대한 유일한 억지력은 핵무기뿐이라는 논리가 지배한다. 이란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고, 우라늄을 90% 이상 농축하며, 핵탄두 제조에 들어간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로의 결과는 파국적이다. 제재는 영구화되고, 국제적 고립은 완성된다. 내부 경제는 완전히 붕괴하며, 국민들은 북한 주민과 같은 극심한 빈곤과 억압 속에서 살게 된다. 사회 통제는 전체주의적 수준으로 강화되고, 이란은 중동의 북한이 된다.

두 번째 하위 경로는 대규모 민중 봉기와 체제 붕괴다. 만약 경제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정부가 보조금마저 완전히 삭감하며,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이 과도하게 이루어질 경우, 대중의 분노는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폭발할 수 있다. 특히 보안군과 경찰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하여 일부가 시위대 편으로 돌아서면, 체제는 급속도로 와해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시위는 테헤란에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지방 도시들이 정부 통제를 벗어난다. 쿠르드족, 발루치족, 아제르바이잔족 등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분리 독립 운동이 가속화된다. 중앙 정부는 권위를 상실하고, 권력 공백이 발생한다. 군부 내에서도 파벌 간 충돌이 일어나며, 일부는 시위대를, 일부는 체제를 지지하며 분열한다.

최악의 경우 이란은 내전 또는 무정부 상태에 빠진다. 시리아가 2011년 이후 겪은 비극이 이란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여러 무장 세력이 난립하고, 외부 세력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한다. 수백만 명의 난민이 파키스탄, 터키, 이라크로 탈출하며 지역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이스라엘은 핵 시설 파괴를 위해 군사 작전을 감행할 수 있고, 사우디와 UAE는 수니파 반군을 지원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특정 세력을 후원할 수 있다.

이 경로의 결과는 장기 내전, 대량 난민 발생, 지역 불안정의 심화, 그리고 국제 사회의 복잡한 개입이다. 이란이라는 국가는 사실상 해체되고, 중동은 또 하나의 시리아를 얻게 된다.

결론: 평화는 배부른 자들의 사치가 아니다

평화는 배부른 자들의 사치가 아니다. 굶주린 이들에게 가장 먼저 제공되어야 할 공공재다.

이란이 다시 중동의 문명 축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혁명의 칼날을 내려놓고 민생의 쟁기를 들어야 한다. 11세기 코르도바의 기적은 신의 개입이 아니라 열린 선택의 결과였다. 권력자들이 교조주의보다 현실을, 이념보다 생존을, 폐쇄보다 교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2026년 테헤란 역시, 아직 선택의 문 앞에 서 있다.

그러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거리의 굶주린 군중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메네이의 생물학적 시계는 멈춰가고 있으며, 페제시키안의 정치적 자본은 소진되고 있다. 외부 압박은 강화되고, 내부 분열은 심화된다.

역사는 가혹하다. 선택의 순간을 놓친 체제는 선택의 권리 자체를 박탈당한다. 1979년 팔레비 왕조가 그랬고, 1991년 소련이 그랬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테헤란의 다음 선택에 달려 있다.


※ 필자인 이근윤은 서울대에서 환경과학을 전공했다. 한국렌탈 중동총괄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켄렌탈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서 5남매를 홈스쿨링하며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이메일 주소는 musc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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