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sik In
[편집진 의도를 잘못 이해해서 킬된 컬럼 요약]
일주일 전 조지메이슨대학의 잭 골드스톤 교수는 이란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이란혁명을 전공하는 사회학자다.
다섯가지 지표가 체제 붕괴를 충족시킨다는 논지는 선명했다. 1. 재정위기, 2. 지배연합의 분열, 3.저항세력의 결집, 4.혁명서사의 공유 5.국제환경의 변화 모두 이란 체제의 내구성 상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았다.
반론을 하자면 1과 5는 동의하지만, 아직 2,3,4는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지표가 없어보인다.
먼저 2. 지배연합의 균열. 일단 최고지도자 및 성직자 그룹- 혁명수비대-이익집단 그룹의 연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초기 혁명수비대와 행정부간 접근법에 온도차가 있었으나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여로 프레임을 세우면서 지금은 균열없이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 바자르 상인을 지배연합 균열의 징후로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중요한 것은 안보기구(security apparatus)의 연대다. 만일 혁명수비대 바시지 민병대나 군경이 시위대 편에 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그건 확실한 균열이다.
3. 저항세력의 결집.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시위의 확산과 심화와 별개로, 중심리더 또는 상징인물이 포착되지 않는다. 2009년 녹색운동때는 무사비가 있었다. 2022년 히잡시위는 희생자 마흐사 아미니가 있었다. 이번엔 결국 아무도 없으니 레자 팔레비가 부상하는 희한한 상황.
마지막으로 4. 혁명서사의 공유. 다른 말로는 일치된 목표로 보아도 되겠다. 한마디로 이번 시위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에 관한 수렴이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하야? 왕정의 복고? 시민민주주의 혁명의 추구? 아니면 권부의 책임있는 인물 인사조치 후 개혁? 잘 모르겠다. 공동의 지향점이 명확해야 하는데 이게 아직 불투명하다.
이처럼 현 시점의 저항을 체제 전환으로 가져가는데 필요한 세가지 요인은 아직 충족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 5의 체제 붕괴 조건은 현재 강력하다.
1. 재정위기 즉 경제난으로 인한 시위는 2009년 정치적 저항이나 2022년 사회적 저항에 비해 체제 입장에서는 훨씬 위험한 징후다. 문제가 불거진 일부 은행해산 사건 등이 재발하지 않게 하는 금융 또는 세제개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질문은 인지부조화에서 나온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이 많은 잠재력을 갖고도 이모양 이꼴로 살아야 하는가?하는 본질적 질문에 봉착했다는 점은 체제의 위기가 임계점을 향하는 징후이기도 하다. 이젠 지난 47년의 반제국주의 서사 시효가 점차 다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본질적으로 제재를 풀어내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체제가 이번 시위를 요행히 막았다 해도 다음번 시위가 일어날 경우 장담할 수 없다.
5. 국제정치 역학관계. 이것도 만만찮다. 중러에 의존할 형편이 아니다. 러시아는 제 코가 석자고, 중국에 대한 이란의 신뢰는 이전같지 않다. 역내에서 촉수를 다 잃은 상황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여 징후가 있다. 지금 이란 체제를 지켜 줄 우방이 누구일까?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이란 체제에게는 위기다. 다만 미국의 군사행동이 가시화된다고 해도 어떤 형태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마두로 참수작전 같이 하메네이를 제거한다? 어쩌면 생의 막바지에 있는 최고지도자를 순교자로 만들어줄 수 있고, 그렇다고 핵시설 재타격은 실익이 없다. 결국 잔인하게 시위진압을 하는 주요 기관 거점과 인사등에 대한 공격일 것 같은데...
여하튼 골드스톤의 이란 체제 붕괴 조건 완성론, 그 틀은 동의하지만 조건에 관한 평가에는 이견을 갖고 있다. 붕괴를 견인하는 구조적 힘과, 붕괴를 결정적으로 점화시키는 구체적 헤어트리거가 맞닿았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
하나 주목할만한 추세는 2009년 정치시위, 2019년 에너지가격시위, 2022년 히잡 시위 등 큰 저항의 간격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 그 당시 시위를 정부가 잘 진압한 것처럼 보였지만, 다음 단계로 가는 불쏘시개를 그만큼 많이 남겨놓고 있었다는 점. 이번에 폭발하지는 않을지 아직 모르지만... 혹 체제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다음 또는 다음다음번에는 더 세게 발화하여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무슨 구실로라도 자기 백성에게 총구를 들이댄 정권은 오래 가서는 안되고, 반드시 무서운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를 바란다.
덧. 4.19혁명 이후 조선시대 또는 대한제국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현 체제가 미워 '굿 올드 데이즈'를 그리워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공화국으로 나아가는게 맞다.
덧 둘. 사람이 너무 많이 죽는 비극 가운데 정보가 극도로 제한된 상태이고, 체제의 프로파간다와 이스라엘이나 망명 페르시안 디아스포라의 인지전까지 작동하는 형국이라 쉽게 판단할 상황이 아니다. 이번엔 체제 존속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보지만 사실 판단 근거가 너무 없어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빨리 이 비극이 멈추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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