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8, 2026

Nam-sik In - 십여년전 첫 테헤란 출장당시, 긴장감을 안고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 내렸다. 마음이 편치... | Facebook

(3) Nam-sik In - 십여년전 첫 테헤란 출장당시, 긴장감을 안고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 내렸다. 마음이 편치... | Facebook
십여년전 첫 테헤란 출장당시, 긴장감을 안고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 내렸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머릿속에는 호메이니의 근엄한 표정만 떠오르고 악에 받친 반미 구호를 연호하는 군중들의 이미지만 떠나녔기 때문이었다. 그뿐이랴... 자칫 부지불식간에 이슬람을 모욕하는 실수라도 했다가 마치 살만 루시디처럼 되는건 아닌가 하는... 신정주의 광신자들에게 경칠 일 만들어주면 어쩌나 싶어하는 일단의 공포도 빼놓을 수 없었다.
두바이에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만큼은 여늬 항공여행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착륙과 함께, 승객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여성 승객들 중 일부는 마치 새로운 침묵의 세계로 진입을 준비하듯 주섬주섬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공항의 분위기는 음습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에 떠들썩 했지만 묘하게 건조하고 무거웠다. 공항 패스포트 컨트롤 부스의 관리는 다소 호전적이었다. 대한민국 외교관 여권으로 비자없이 입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그 친구는 자꾸 내게 비자없이 어떻게 왔는가를 다그쳤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을 나왔고, 대사관 직원을 만났으며 나는 에스테글랄 호텔에 묵었다. 오랜 여정 끝에 숙소에 묵을 때 그 안도감과 편안함은 원거리 출장자가 잠시 누리는 작은 즐거움인데... 이곳엔 그런게 없었다. 문고리는 떨어져있었고, 바퀴벌레가 보였다. 혁명전 힐튼이었다고 했던가? 인터컨티넨탈이었다고 했던가? 5성급을 자랑한다는 에스테글랄은 3성급에도 못미치는 서비스와 시설을 고스란히 노출시켰었다.
혁명은 서방의 자본과 세속의 이념을 몰아내고 이슬람과 민족주의가 결합된 자부심으로 그 공백을 채웠다. 그러나 자본을 몰아낸 자부심의 자리에는 묘한 불편함과 정체된 느낌, 아니 어쩌면 퇴행의 기운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이념을 더 충실히 섬기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가 사람들을 옥죄이는 교조가 될 때, 아름다움은 이내 빛을 잃고, 삶은 퍽퍽해지며 이념의 틀거리만 남아 사람을 괴롭힌다.
여기까지는 암울한 테헤란의 첫 경험, 첫날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엄청난 교통체증을 뚫고 회의장이었던 테헤란 대학으로 향했다. 캠퍼스의 색조는 어두웠다. 그런데 희한했다. 칙칙한 건물에 십수년 묵은 먼지들이 이미 벽틈으로 파고들어 독특한 패턴 무늬를 만들어낸 대학 건물에서... 나는 완연히 다른 테헤란의 얼굴을 보았던 것이다.
바로 테헤란 대학 여대생, 이란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캠퍼스 곳곳에 삼삼오오 앉아 수다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무슬림 여성은 어두운 표정으로 눈 내리깔고 다녀야 한다는 내 선입관이 무너져 더 선명하게 드러나서였을까? 그녀들의 표정은 남성들보다 훨씬 쾌활했으며 목소리도 컸다. 여대생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는 복도를 타고 이곳저곳에 울리고 있었다.
건물 앞에서 잠깐 미팅을 기다리는 시간. 일단의 여대생들은 양복입고 서 있는 내 옆을 지나며 환하게 웃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또 뭐라 깔깔거리며 지나갔다.
 
어젯밤까지 내가 상상하던 이란이 아니었다. 나는 분명 '악의 축' '살만 루시디 사형명령'의 나라에 와 있었다. 그러나 여지없이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어쩌면 사우디와 견주어 오히려 더 신정주의 이슬람이 강하면 강했지,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 판단의 척도는 적어도 '여성' 이라는 기준에서는 큰 착오였음을 바로 깨달았다. 캠퍼스라는 특정한 공간이 혹여 여성들의 해방구이기에 이곳만 그런가 싶어 테헤란 시내 공원과 왕궁을 거닐 때 여성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적지 않은 여성들은 환하게 웃어주며 지나고, 심지어 팔레비 구 왕궁에서 마주쳤던 어떤 중년 여자는 내게 말을 걸며 윙크까지...
 
1979년 이슬람 혁명은 밖에서 알려진것과는 조금 달랐다. 이른바 통전적 사회 혁명 또는 민중 혁명이 아니었다. 팔레비 샤의 세속화 근대화 프로젝트인 백색혁명에 저항하는 성직자 그룹과 바자르 상인들의 연대를 통해 왕실을 뒤집고 나라를 차지한 특정 세력의 종교-정치 혁명이었다. 따라서 다수의 민중들이 '운동 (movement)로 결집하여 구체제를 무너뜨린 케이스와는 좀 다르다.
따라서 호메이니 체제가 들어서고 이슬람 통치체제인 벨라야티 파키 시스템이 수립된 이후, 밖에서 생각하는 숨막히는 신정체제와는 달리 두 개의 정치세계가 물과 기름처럼 떠다니기 시작했다. 즉 이슬람의 세계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미묘한 공존을 하게 된 것. 혁명의 이념은 이란을 장악했고, 왕정을 몰아냈지만 전 이란 국민의 심장속에 침착되어 있는 오랜 성향마저 복속시키지는 못한 채 어정쩡한 동거가 유지되어왔던 것이다. 성직자들이 전 이란을 이슬람의 교조주의가 작동하는 중세적 암흑 질서속으로 몰아가고 싶어했음에도 자유, 세속에 대한 동경의 끈은 계속 이어져왔다. 이를 간파한 성직자들은 또 나름대로의 현실적인 공존을 유지하며 체제만큼은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했다.
그렇기에 세계에서 가장 타이트한 신정체제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동에서 가장 공화정의 선거에 근접한 선거를 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세 어절의 국호는 단순히 레토릭이 아니다. '이슬람'과 '공화주의'라는 이상한 조합의 묘한 동거랄까? 일종의 타협적 질서가 유지되어 왔다고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성들은 예외없이 히잡 (루싸리)을 써야 하고, 엉덩이라인까지 내려오는 긴 상의 망토를 입어야 하지만 히잡은 이미 패션의 한 소재가 되었고, 망토 안에는 타이트한 스키니 진 (그것도 찢어진 진)을 입고 활보하기도 하는... 정말 독특한 나라인 것.
단순히 복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란 사회속에 담겨진 묘한 분리, 균형, 섬세한 균열의 문제다.
그리고 세대가 젊어질수록 이 균열은 더욱 커지며, 세속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세대가 악다구니하며 막으려 하고, 무력을 동원할 경우 공포스런 역사의 지점을 지나게 될지 모른다. 대신 로하니 같은 이들이 가운데 서서 천천히, 부담스럽지 않게 이 미세한 균열이 조금씩 커지는 것을 익숙해지며 순리로 받아낼 수만 있다면 이란은 멋진 나라가 될 가능성도 꽤 있다. 이번 2월말 선거는 그 가능성에 좀 더 큰 기대를 갖게 만들어주었다.
 
이란... 보면 볼수록 독특한 나라다. 매력적이면서도 무언가 알 수 없는 신비와 무서움이 공존한다.
덧. 아래 올린 사진 중 첫번째 사진은 이란내 소위 개방적인 여성 패션이다. 두, 세번째 사진은 해외 여배우 중에 가장 좋아하는 레일라 하타미의 사진이다. (모르시는 분들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그리고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시?'룰 보시면서 이란 영화에 빠져보시라) 그녀의 히잡 (루싸리)과 망토 사진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물론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강제로 쓰는 히잡은 분명 폭력적이지만 히잡을 쓰면서도 폭력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회에 살짝살짝 저항할 수 있다. 레일라의 패션에서 그걸 본다.
덧 둘. 이란 여성들이 다 아래 사진 같지 않다. 다수는 칙칙한 차도르 입고 다닌다. 아래같은 이들은 가끔 마주치는 정도다. 억압은 여전하고, 다수가 핍박받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 중에서 발현되는 자유로움을 체제가 모두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 선거가 있기에.
덧 셋. 물론 인권 문제, 미사일 문제, 테러 지원 문제 등 이란내 산적한 문제도 현실이다. 매력적인 페르시아 여성 사진 몇장과는 갈음할 수 없는 어두운 부분도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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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란 법인도 여직원이 많다더군요. 다들 매우 진취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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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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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에 이들 미녀를 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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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짐 싸고 싶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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