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12, 2026

미-이란 전쟁을 둘러싼 오해들 [기고] 유달승 |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

Minhee Park
 ·
한국 최고의 이란 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교수님의 기고. 1979년 이란이슬람혁명 이후 최초로 테헤란대학에서 박사를 받은 외국인(정치학), 이란 문화, 역사,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이란의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기도 하시지만, 이란 내부의 문제도 너무 잘 알고 계신.....
(테헤란대 박사 동기중에는 그동안 이란 내부의 풍파로 여러 어려움 겪은 분들도 많다고)
아무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가 된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만약 이란이 종전을 결정하게 되면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전략이라는 점도 같이 봐야한다고
그리고 21일이 이란 새해 노루즈인데 그때까지는 제발 평화가 올 수 있기를....


미-이란 전쟁을 둘러싼 오해들 [기고]

미-이란 전쟁을 둘러싼 오해들 [기고]
수정 2026-03-12 07:18


지난 7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석유 저장시설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ISNA AP 연합뉴스
광고



유달승 |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이란이 비대칭 전략을 활용해 지구전을 전개하면서 점차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전쟁의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각각 국내 정치적 위기를 대외적 안보 이슈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새로운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구상도 거론된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국제 에너지 질서와 달러 패권, 세계 질서 재편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페트로 달러 체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석유 거래가 달러화로 결정되는 구조를 의미하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페트로 달러에 대한 도전이 나타났는데 이라크, 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가 대표적 국가이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고, 2011년에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으며, 올 초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감행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나라가 이란이다. 이번 전쟁은 중동의 친미 아랍 산유국들에도 전략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에너지 접근과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쟁은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 권력 구조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특히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가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등 주요 강대국이 경쟁하는 이른바 ‘핵심 5개국’(C5·Core5) 구조 속에서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다시 한번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국제 질서의 방향을 가늠할 역사적 전환점이 될 잠재성을 지닌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적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1979년 이슬람공화국 수립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 정권 교체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란 역사는 수많은 외세의 침입과 지배 속에서도 지속적인 저항과 투쟁을 통해 국가적 정체성을 유지해온 과정이었다. 이란 역사에서 페르시아인 왕조가 지배한 시기는 아케메네스 제국(기원전 550~330)과 사산 제국(224~651), 그리고 팔레비 왕조(1925~1979) 정도에 불과하며, 그 밖의 시기에는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지닌 집단이 권력을 장악해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정권들은 모두 ‘이란’이라는 정치·문화적 정체성의 틀 속에서 통치해왔다. 따라서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이란인들조차 국가 주권과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하나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전쟁 목표가 이란에서 친미 정권의 수립에 있다면 그 실현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란과 적대적 긴장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가 목적이라면 비교적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오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가 제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것을 둘러싼 해석이다. 모즈타바가 지도자가 되자 이란이 타협 없는 초강경 정책으로 갈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지만, 복합적 의미를 함께 봐야 한다. 평시라면 모즈타바의 선출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겠지만, 미국의 하메네이 암살로 인해 그는 저항과 순교의 상징적 서사와 연결되었다. 그 때문에 그는 이 전쟁의 휴전을 선언할 수 있는 정치적 정당성을 갖춘 유일한 적임자이다. 만약 그가 휴전에 동의할 뜻을 밝힌다면 이란 내부의 강경파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는 전쟁의 ‘출구 전략’에서 의미가 크다.

전쟁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이란인들의 마음도 전하고 싶다. 우리 학과는 매년 3월21일 이란의 새해이자 봄 축제인 노루즈(Nowruz) 문화제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전쟁을 고려해 취소를 검토했다. 그런데 이란 출신 교수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이란인들은 아무리 힘든 시기에도 함께 모여 봄이 온 것을 기념하며 생명과 재생, 우정과 연대의 가치를 되새긴다고 말했다. 전쟁의 포연 속에서도 봄을 기념하려는 사람들처럼, 이란의 시간은 때로 우리와 다른 속도로 흐르지만,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The Talmud: The Secret History of Judaism's Fundamental Book - History Documentary - AT - YouTube

The Talmud: The Secret History of Judaism's Fundamental Book - History Documentary - AT - YouTube The Talmud: The Secret History of Juda...